|
8일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특 101호실.
이곳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인 유수호 전 국회의원의 빈소가 마련됐다. 고(故) 유 전 의원은 지난 7일 오후11시17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 유 전 의원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대구 중구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14대 국회에서는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재선 의원을 지냈다.
경북고·고려대를 졸업한 고인은 1956년 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후 정계 입문 전까지 부산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특히 1973년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원인이 박정희 정권에 맞서 시위를 주도한 운동권 학생을 석방시킨 전력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신을 지키는 올곧은 법조인으로서의 면모를 역사에 새겼다.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아들인 유 의원은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 취임했지만 국회법 파동을 둘러싼 당청 갈등으로 올 7월 사퇴하며 2대(代)에 걸쳐 박정희·박근혜 대통령과의 '악연'이 정치권의 얘깃거리를 낳기도 했다.
온종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오후12시30분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시작으로 정의화 국회의장, 서청원·주호영·서상기·이정현·강은희·홍지만 등 의원 30여명을 비롯해 정·관계의 많은 조문객이 빈소를 다녀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는 9일 빈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고인과는 13·14대 때 함께 의정활동을 한 인연이 있다"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해 급히 내려왔다"고 전했다.
야당 인사들 중에서 처음으로 조문을 온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09년에 내가 방송 앵커에서 물러날 당시에 했던 클로징 멘트와 유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의 변(辯)이 아주 유사하다"며 "당적을 떠나 가까운 사이로 지내고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 현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한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하던 유 의원은 최근 들어 강연과 인터뷰 등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재개했으나 원내대표 사퇴의 발단이 됐던 대통령과의 갈등은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황교안 국무총리, 최 경제부총리, 김무성 대표 등 굵직굵직한 이름이 새겨진 화환이 80여개에 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弔花)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구=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