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은 흥행을 위한 대중성(재미)과 완성도 높은 작품성(기술과 메시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압박이 있는 반면, 독립애니메이션은 감독의 실험성과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강력할수록 인정을 받게 된답니다. 감독의 상상력이 더욱 자유롭게 발휘되겠죠.”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서울국제고등학교 시청각실. 조미라(사진) 중앙대 연구교수의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세상을 움직이는 상상력, 애니메이션’를 듣기 위해 수능시험을 마친 이 학교 3학년 학생 14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이날 강좌는 어린이도서관이 지역 학교 후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조 교수는 애니메이션의 역사·미학·사회·기술 등을 주제로 3차례 강의를 할 예정이다. 첫 시간에 조 교수는 절지·점토·그림자·핀스크린·오브제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표작을 소개했다. 구슬 애니메이션인 이슈 파텔 감독의 ‘구슬게임(1977)’, 유리 놀슈테인 감독의 ‘안개에 싸인 고슴도치(1975)’ , 유리판 그려찍기 기법을 활용한 알렉산더 페트로브 감독의 ‘노인과 바다(1999)’ 인형으로 제작한 크리스 라비스 감독의 ‘마담 투들리-푸들리(2007)’, 국수 다발을 쌓아서 제작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인 김진만 감독의 ‘오목어(2015)’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립 애니메이션을 영상으로 곁들여 ‘세상에 움직이지 못할 사물은 없다’는 애니메이션 세계를 설명해 나갔다. 강좌에 참석한 학생들은 신기한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조 교수는 이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등장에 얽힌 이야기로 주제를 옮겨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1928년 미키 마우스가 등장하고 곧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감독인 월트 디즈니는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했던 것을 알아차렸죠. 소설이나 작곡 혹은 그림 등은 대규모 제작비가 없어도 작가가 창작을 계속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인 제작비가 투여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제작비를 회수 혹은 투자를 받지 못하면 다음 작품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디즈니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장편영화와의 경쟁이랍니다. 이렇게 등장한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바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년)’랍니다.” 조 교수는 80여년 전 제작된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디즈니식 장편 애니메이션의 성공 포인트를 소개했다. 처음으로 춤과 노래를 곁들인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고, 일곱명의 난장이들의 캐릭터를 과장하여 익살적으로 묘사해 전체적인 재미를 풀어나간 게 핵심이라는 것.
총 3강으로 준비된 이번 강좌는 1강.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 2강.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장르, 3강.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세상이야기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