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
박근혜 대통령은 부처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서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라며 채근했다. 반면 기업인과 영세 상공인들이 토로하는 규제 현실과 규제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메모지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에 대해 "우리 기업은 국내 시장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전부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를 여기서는 신줏단지같이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 '국민과 민생을 위한다'는 말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박 대통령 "규제는 잡초, 빨리 뽑아야"=김용욱 한국식용곤충연구소 대표는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미국·영국의 사례를 들면서 국내에서는 아직도 4종의 식용곤충만이 한시적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렇게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며 "이미 다른 나라에서 허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개혁)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열심히 해 공개를 해도 (국민이) 그런 것이 있는지 모르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그래서 홍보를 통해 국민이 많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의 한 당국자가 "관계 부처와 협력해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단호하게 "그렇게 간단하게 되느냐"며 "하여튼 꼭 되도록 해달라"고 채근했다.
고구마가 들어간 돈가스를 개발했지만 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하고 색깔별로 의자에 대한 인증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는 애로사항도 소개됐다.
박 대통령은 "규제와 인증은 잡초 같아서 내버려두면 자란다"며 "빨리 뽑아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낡은 규제에 묶여 자유롭게 새로운 용·복합 시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선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진출이 좌절되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규 조달청장은 입찰할 때 인증이 많으면 많을수록 입찰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조달청 이야기같이 인증을 많이 받을수록 평가가 좋은 것은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이러한 틀이 안 바뀌니까 용을 써도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조속히 민생법안 처리해달라=박 대통령은 국회가 정쟁을 접고 조속히 민생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규제혁파를 외치는 현장의 목소리를 아무리 정부가 정책에 옮기려 해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도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을 뒷받침해달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부디 '국민과 민생을 위한다'는 말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지금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현재 규제개혁과 관련된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앞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이러한 법안을 조속히 심사해서 통과시켜 주는 것이 19대 국회의 마지막 소임"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야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야가 일자리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며 "정치논쟁과 당리당략을 떠나 오직 국민과 민생만 생각하는 마음으로 규제개혁 법안을 하루속히 처리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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