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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서 '美親듯이' 뛰어보자

문화역서울284 '미친광장 페스티벌' 8개국 55개팀 참가 28일까지 열려









파빌리온_염상훈이유정
옛 서울역사 광장에 설치된 염상훈,이유정의 '파빌리온' /사진제공=문화역서울284



서울 시청 앞 광장, 청계천 광장, 광화문 광장 등 '광장'은 뜨거운 함성과 공공의 목소리, 소소한 추억을 가득 안고 사람들을 그러모은다. 이번엔 서울역 광장이다.

지난 7일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 284' 앞 광장. 초록색과 회색의 타원형 트랙이 그려졌다. 한 바퀴는 100m다. 이 위를 두 사람이 각각 달리는데, 주자(走者)가 뛰고 싶은 만큼 뛰고 레인 밖으로 나오면 다음 사람이 그 뒤를 이어 달린다.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이 퍼포먼스는 천경우 작가의 '달리기'로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거리에 해당하는 193㎞를 참가자들이 나눠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작가는 "광장에 마련된 달리기 트랙 위에서 처음 보는 다른 참가자와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해 달리면서 참여자들이 관계와 교감을 생각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9시가 넘어 끝난 이 프로젝트에 총 154명이 참여했다. 휴가나온 군인들, 제복 입은 경찰, 서울역 노숙자,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아이를 데리고 산보하듯 느리게 뛰는 엄마, 미친 듯이 질주하는 젊은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 284가 주관하는 '페스티벌 284-미친광장'이 28일까지 옛 서울역 건물과 그 앞 광장, 내부 공연장 등지에서 열린다. 8개국 55팀이 참여해 미술, 영상, 퍼포먼스, 무용, 재즈, 락, 클래식 등을 선보이는 융복합 문화행사다. '미친광장'의 '미친(美親)'은 미술을 비롯한 문화예술과 더 친숙해지자는 뜻이며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새로운 관계맺기와 소통을 추구하자는 의도도 담고 있다. 신수진 예술감독은 "문화역서울 284를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면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의 묘미는 예술, 예술가, 예술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색다른 경험을 하는 데 있다. 개막 공연을 맡은 영국의 개념미술가이자 음악인인 마틴 크리드는 종종 "나는 결코 예술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술 같지 않아 보이는 도발적 예술행위를 통해 예술과 일상에 대해 상기시키는 그는 2001년 영국 최고의 예술상인 터너상을 거머쥔 '명망있는 예술가'다.



공연장 로비와 광장의 파빌리온에서는 김기라+김형규, 김아영, 안정주, 전미래 등의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광장 특설무대에선 킹스턴루디스카, 뷰렛, 갈릭스 등 30여팀이 국악, 마임, 록, 힙합, 재즈 등의 공연을 펼친다.

행인같은 퍼포머(행위예술가)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잘 지내세요?"라고 말을 거는 전미래의 작품 '잘 지내세요?', 관객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605의 '담담교환' 등 참여형 작품은 계속 진행된다. 오는 28일까지 서울역 근처 문화역서울 284 앞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가 되거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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