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성향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회 문제로 불거진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잇달아 '청년수당제'를 도입하고 나서면서 정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조율하지 않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각종 지원책과 중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5일 내년부터 사회활동 의지를 갖고 있는 미취업 청년(만 19~29세)들을 선정, 월 50만원의 지원금을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총 7,136억원을 들여 청년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일환이다.
내년에는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3,000명 안팎을 선정해 지원하고 성과가 좋을 경우 지원인원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성남시는 만 19세부터 24세까지 모든 청년에게 연 100만원의 청년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내년 예산으로 113억원을 편성했다.
문제는 지자체들의 이 같은 정책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을 정비하겠다는 기조를 가진 정부와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는 지자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수당은 복지부와의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법상의 사회보장제도는 공적 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 등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모든 제도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고용부의 취업 성공 패키지 등과 중복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복지부는 서울시 등이 추진하기로 한 청년수당제에 대해 아직 명확한 찬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복지 분야의 과다지출 등을 축소하기 위해 중복사업을 줄이려는 정부의 기조를 감안할 때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부는 지난 7월 만 18~34세 이하의 차상위계층 가운데 6개월 이상 구직노력을 한 장기구직자를 대상으로 1회 20만원, 총 40만원까지 지원하려 한 성동구청의 지원정책을 수용하지 않아 지원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가 정부의 정책 시행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을 강행할 경우 제재수단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다만 서울시가 복지부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한다면 행정자치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적용을 받아 교부세 감액이라는 페널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는 지자체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신설·변경하는 복지제도에 대해 복지부와 협의하지 않으면 지출된 금액 이내에서 지자체에 대한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9월30일 입법예고한 바 있다. 복지부는 바뀐 법의 시행 예정일이 내년 1월1일이지만 제도 시행이 이 시점 이후인 서울시의 청년수당도 바뀐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지훈·양사록기자 saro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