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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 마지막인 8일 국방위원회. 국방부 장관과 방사청장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청와대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군과 국방부·방사청 잘못이다.' 과연 청와대는 무오류의 성역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권부터 사업이 뒤틀렸다.
'무기 도입 커미션만 없애도 국방예산의 20%를 아낄 수 있다'고 말할 만큼 군의 예산 집행을 극도로 불신했던 이명박 정권이 차기전투기(FX) 도입 사업에 느닷없이 '총사업비 제한'을 건 게 혼란의 씨앗이다. 공군이 애초 원했던 F-35가 이 규정으로 떨어져나갔다. KF-16 개량 사업도 비슷하다. 가격을 깎는다는 과욕이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박근혜 정부도 자유롭지 않다. FX 기종 선정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현 정부가 기종을 결정하지 말고 다음 정부로 미뤄서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관철시켰다. 미국 보잉사의 F-15SE로 결정한 뒤 록히드마틴사의 F-35로 뒤집은 결정을 내린 것도 지금 정부다.
책임은 고위공직자들에게도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군을 부패집단으로 몰아치며 무작정 예산을 깎을 때부터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권력 눈치 보기는 대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무오류성'이 강조되는 끝에 협상 실무팀이나 연구인력만 속죄양이 될 것 같아 걱정된다.
더욱 고약한 시나리오도 대기 중이다.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성능이 검증 안 된 F-35 도입 재검토'나 '미국의 한국 홀대'처럼 정치 이슈화하기 좋은 재료도 없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차기, 차차기 정권에서나 성과가 가시화하는 사업이기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뻔뻔한 권력과 영혼 없는 공직자의 야합 속에 총사업비 19조원이 걸린 공군 전력증강 사업이 되살아날 길은 없을까. 있다. 목숨을 걸고 바른말 하고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절실한 때다. 정치경제학으로 본 공군의 전력증강 사업의 전망은 '시계 제로'다.
/권홍우 선임기자 겸 논설위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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