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자가 생각하는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찾았다면 정말 그러한지 고객에게 물어야 한다. 때때로 관찰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았다면 역시 제품화하기 전 고객에게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고객에게 묻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말하기는 했다.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고객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을 원했을 것이다."
이 말이 정말로 고객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일까. 몇 가지 생각해보자.
첫째,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를 것이다. 당연하다. 말 타고 다니는 시대에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됐겠는가. 그것을 아는 고객이 있었다면 그가 창업했을 것이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창업자가 찾아야 하는 것이다. 창업자가 할 일을 고객에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혁신적인 제품을 기대한다면 더욱 그렇다.
둘째, 고객에게 물어야 할 것은 창업자가 찾은 솔루션이 정말 솔루션이 될지 확인하는 것이다. 솔루션을 제시할 때는 말로 설명하는 것부터 3D프린터로 출력해 제품의 핵심 특징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최소기능제품(MVP·Minimum Viable Product)이면 된다. 소셜커머스의 원조 그루폰은 임시 웹사이트를 만들고 반값 쿠폰을 팔았다. 주문이 들어오면 포토샵으로 만든 쿠폰을 e메일로 보내주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인지 확인했다.
셋째, 고객에게 묻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창업자가 찾은 솔루션을 예비 고객들에게 물어보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제품을 만들고 나면 지치도록 고객들을 만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면 창업자는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잡스가 폴라로이드 창업자인 에드윈 랜드를 만나 했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용 계산기만 사용해본 사람들에게 매킨토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느냐고 물어봤자 아무런 대답도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시장조사를 할 방법이 없었지요. 일단 만들어놓고 그다음에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자, 어떻습니까' 하고 묻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잡스도 물어봤다는 것이다. 고객이 대답할 만한 것으로.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