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트렌드가 각종 미디어나 예측 전문기관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책 중 하나인 ‘2016 트렌드코리아’(저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년이 ‘있어빌리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있어빌리티는 말 그대로 ‘있어 보이고자 하는’ 욕망과 능력을 뜻하는 어빌리티(ability)의 결합어다. 고가의 명품 구매를 통해 자신의 자본을 과시하던 조류는 지나가고, 적은 돈을 들여 가급적 멋져 보이는 스타일을 연출하는 세태가 유행할 거라는 전망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있어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손쉬운 도구가 있다. 바로 SNS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떤 물건을 구매하고 찍은 사진, 멋진 여행지를 방문해 찍은 사진 등을 올리면, 바로 ‘있어보이는’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얻게 되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센스있는 글재주가 없어도, 예쁜 장면을 포착할 줄 아는 능력만 있어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알리고 싶은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 피트니스 트레이너 등에게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경제학’의 대표 사례를 한 가지 이야기해보자. 2015년 여름을 강타했던 트렌드 중 하나는 ‘래쉬가드’다. 오죽하면 미인대회 심사도 래쉬가드를 착용한 모습으로 바뀌었겠는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트렌드는 2014년 겨울부터 생겨났다. 당시 ‘내년 여름용’ 광고 또는 사진을 찍었던 모델이나 레이싱걸들이 대거 인스타그램을 통해 래쉬가드 착용 모습을 공유한 것. 그 장면이 ‘있어보인다’고 생각했던 네티즌들은 몇 개월 지나 래쉬가드를 입고 여름철 휴양지를 누비는 모습을 그렸다. 유명 연예인들의 공개 열애설이나 결혼 발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올해 결혼한 배용준과 박수진 커플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더욱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배우 배용준의 전 여자친구였던 이사강 감독이 배 씨에게 ‘축하해요’라고 남긴 문자를 캡쳐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건 때문이다. 이 감독은 ‘헐리웃 스타일’이라며 간단하게 자신의 소감을 남겼고,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관심 속에 미디어를 탔다.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은 성원을 보내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여성들이다. 페이스북이 전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성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략 63 : 37(여성 : 남성)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73%의 사용자들이 ‘남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기 위해서’, 그리고 중복응답을 허용했을 때 63%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을 쓴다고 대답했다.
한 장의 사진, 몇 분짜리 영상만으로 자신을 피력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재밌게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사용자들이 상당히 인스타그램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현재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4억 명. 지난 2014년 6월에는 2억 명 정도였다. 1년 사이에 두 배나 큰 것이다. 최근 9개월간 증가 추이를 보면 더 놀랍다. 거의 1억 명의 사용자 수가 증가했는데, 대부분 아시아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작지만 강한 큐레이션 플랫폼을 거대 서비스로 키워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수단이 인스타그램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글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 소비하기 쉬운 형태의 콘텐츠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해시태그의 전파력까지 더해지니 ‘SNS는 가짜다’ 또는 ‘SNS는 삶의 낭비’라는 이야기가 대중들 사이에서 힘을 계속 얻는다 하더라도 인스타그램 돌풍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 같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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