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한국형 전투기(KF-X)의 핵심 장비인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기술을 이미 80% 정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ADD는 지난 6일 대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험개발 단계를 기준으로 할 때 AESA 레이더 기술을 미국의 75∼80% 정도는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AESA 레이더는 탐지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공대공·공대지·공대함 표적 여러 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핵심 장비로 KF-X의 눈과 귀에 해당된다.
AESA 레이더는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 기술인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과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다. 정부는 3개 기술 개발을 민간업체들에게 맡겼으나 가장 어렵고 위험이 튼 AESA 레이더 개발만큼은 ADD가 수행토록 업무를 분장했다.
ADD 관계자는 “항공기에 탑재하는 AESA 레이더 응용연구는 이미 완료한 상태”라며 “방위각·고각 방향으로 전자 주사가 가능한 면형 위상배열 안테나를 KF-X 운용 환경에 맞게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ADD는 이날 기자들 앞에서 AESA 레이더 응용연구 결과 만들어낸 시제품을 공개하고 가동 시범도 선보였다. AESA 레이더 시험개발 1단계에 들어선 ADD는 공대공 모드를 개발 중이며 2017년에는 시험개발 2단계에 진입해 2021년까지 공대지·공대함 모드도 개발할 계획이다. KF-X의 개발 목표 연도는 2025년이다.
시험개발 1단계에서 ADD는 전투기 비행 환경에 맞는 AESA 레이더 공대공 모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비행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AESA 레이더 비행 시험은 공군 수송기에 레이더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100회 이상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ADD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KF-X 시제기에 AESA 레이더를 탑재해 시험 비행을 할 방침이다.
ADD 관계자는 “AESA 레이더 장비는 국내 기술로 개발하되 공대지·공대함 소프트웨어는 유럽 업체와의 협력으로 알고리즘(운용개념)을 획득하고 KF-X 탑재용 알고리즘으로 변환해 독자적인 기술 소유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ESA 레이더를 KF-X 운영체계에 통합하는 기술 개발에 관해서는 ADD 관계자는 “수리온 헬기, FA-50 경공격기, 무인항공기 등의 체계통합기술 개발 경험을 토대로 필요할 경우 외국 업체의 협력을 얻어 2025년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ADD는 IRST를 포함한 3개 항전장비는 보유 중인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장비뿐 아니라 체계통합기술도 충분히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적의 레이더를 교란하는 RF 재머의 경우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ALQ-200’을 이미 국내 기술로 개발한 상태다. 표적의 영상 정보를 포착하고 레이저로 유도미사일의 비행을 제어하는 EO TGP는 미사일 정밀유도기술 등의 개발이 진행 중이며 IRST는 해군 함정용 장비의 소형화·경량화·정밀화를 거쳐야 한다.
ADD가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국내 IRST, EO TGP, RF 재머를 개발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들 항전장비를 KF-X에 통합하게 된다. ADD는 KF-X를 스텔스 전투기로 만든다는 정책적 결정만 내려지면 스텔스 기술을 적용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홍용 ADD 소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라매(KF-X)에는 스텔스 기술이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KAI 관계자들도 이날 ADD 대전 본소를 방문해 기자들에게 KF-X의 제원 등을 소개했다. KAI의 한 임원은 KF-X가 미국 GE항공의 ‘F414’나 유로제트의 ‘EJ200’을 엔진으로 장착할 것이며 최대이륙중량 추정치는 5만4,000파운드(약 24.5t)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군의 주력전투기인 KF-16의 최대이륙중량 4만 2,300파운드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ADD는 KF-X의 국내 개발을 위한 기술적 역량은 충분한 갖춘 만큼, 예산과 인력 지원만 잘 된다면 목표 연도에 KF-X를 완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DD 관계자는 “KF-X 사업은 독자적인 성능 개량이 가능한 전투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자주국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국가적인 사업”이라며 “어느 정도 장애물은 있을 수 있지만 ADD와 국내 업계가 협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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