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받고 주가조작 펀드매니저 8명 기소

고객 투자금으로 주가를 부양한 대가로 뒷돈을 받아 호화생활을 즐긴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고객 투자금을 관리·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뒷돈을 받고 시세조정을 하는 등 범죄행위에 동참한 게 사실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경법상 알선수재·증재 등의 혐의로 서모(36)씨와 김모(35)씨, 최모(39) 등 펀드매니저 8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또 금품을 받고 특정 회사 주식이 펀드에 편입될 수 있도록 유도한 애널리스트 박모(35)씨를 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뒷돈을 대가로 이들 펀드매니저에게 A사와 B사 등 상장회사 두 곳의 주식을 사들이게 한 시세조종꾼 박모(3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 등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상장회사 두 곳의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조작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 시세조종 세력이나 회사 임원 등으로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뒷돈을 챙기는 대신 본인이 관리하는 고객 계좌에 해당 주식을 담는 방식이었다. 고객 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인 금액만도 A사 39억원, B사 153억원 등 모두 192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공원·도로·커피숍·상가 등 공개된 장소에서 쇼핑백에 담긴 현금을 전달받거나 심지어 본인 집으로까지 불러 책상 서랍에 돈을 쏟아붓게 하는 등 대담함도 보였다.



특히 김씨 등 3명은 주가조작 과정에서 이른바 '모찌계좌'로 불리는 차명계좌를 이용, 미리 주식을 사들이는 선행매매로 시세차익까지 챙겼다. 이들 펀드매니저 등은 주가조작 대가로 받은 돈을 수천만원대 명품 시계를 사거나 유흥비·여행경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펀드매니저들이 받아 챙긴 '검은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리는 사이 손해를 본 것은 투자자였다. 펀드매니저들이 적절한 시점에 해당 주식을 매도하지 못한 탓에 4개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고객 계좌에서는 총 3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현덕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