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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기운의 집사와 스파이 무희, 청혼자를 가차없이 죽이는 잔인한 공주와 초록 마녀까지. 올 한해 뮤지컬 무대엔 '범상치 않은 여자 캐릭터'가 대거 몰려온다. 20·30대 여성 관객을 겨냥한 남자 배우 중심의 작품이 주를 이룬 예년과 달리 올해는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작이 라인업에 대거 포진하며 끼 넘치는 여배우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여풍의 포문은 '레베카'가 연다. 6일 서울 공연에 돌입한 레베카는 원작 소설과 히치콕의 동명 영화 속 음산한 분위기를 무대 위에 그려낸다. 이야기 속엔 세 명의 여자가 있다. 영국 귀족 막심 드 윈터의 새 부인 '나'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전 부인 레베카, 그리고 막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이다. 댄버스 부인은 극 중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의 존재감을 강조하며 '나'를 조여온다. 시종일관 어두운 댄버스 부인과 밝고 순수한 나의 대립은 두 사람의 상반된 목소리로 빚어내는 폭발적인 이중창(레베카)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신영숙·장은아·차지연이 음습한 긴장을 요리하는 댄버스 부인을 맡았다.
잔혹한 공주도 있다. 2월 개막하는 '투란도트'는 비운의 가족사로 남자를 믿지 않는, 저주의 수수께끼로 자신에게 청혼하는 모든 남자를 참형하는 공주 투란도트의 이야기다. 잔인한 유희를 즐기는 공주로 뮤지컬 배우 박소연과 가수 리사·알리가 캐스팅됐다.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고음을 넘나드는 가창력이 필수인 배역.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알리는 "세 명의 투란도트가 연기 스타일도 창법도 다 제각각"이라며 "캐릭터에 접근하는 감정도 다르기 때문에 관객에게 다양한 색깔의 투란도트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에서 이야기를 가져온 창작뮤지컬이다.
미녀 스파이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한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도 3월 베일을 벗는다.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의 이중 스파이로 활약한 실존 인물로, 옥주현과 김소향이 비운의 무희로 변신해 드라마틱한 삶을 연기한다.
소피의 좌충우돌 '아빠 찾기'가 벌어지는 뮤지컬 '맘마미아'도 유쾌한 언니들과 돌아온다. 소피의 엄마이자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여인 도나는 최정원·신영숙, 웃음 담당 타냐는 전수경·김영주, 귀여운 푼수쟁이 로지는 이경미·홍지민이 연기한다. 사랑스러운 소피는 박지연·서현·김금나가 맡았다.
이 밖에 여주인공 뮤지컬의 대명사 '위키드'와 '아이다'도 7월과 11월 관객과 만난다. 독특한 외모(초록 피부)로 차별 받지만 옳은 일을 위해 굳건히 제 길을 가는 마녀 엘파바(위키드), 적국에 포로로 끌려가 그곳의 장군과 사랑에 빠지는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두 배역 모두 아직 캐스팅이 공개되지 않았다. 각각 옥주현·박혜나·김선영, 옥주현·소냐·차지연이라는 명배우들이 거쳐 간 작품이라는 점에서 누가 무대의 신데렐라가 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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