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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으로 한국과 미국 양국이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진 배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양국 국방장관이 6일 밤 핫라인으로 통화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전화통화를 나누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핵을 막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미국이 밝힌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한다'라는 입장의 핵심은 '확장 억제수단 동원' 외교적 노력은 물론 전략무기도 꺼내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미국의 동원할 전략자산으로는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와 B-52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스텔스 전투기, 항공모함 전단 등이 손꼽힌다. 괌과 오키나와를 기지로 두고 있는 이들 전략자산은 유사시 북한 핵심부를 초토화할 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배치하더라도 시한을 두거나 한국 영공에 진입해 휴전선 인근까지 비행하는 무력시위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8월 북의 지뢰 도발로 남북이 일촉즉발 상태로 대치했을 때도 미국은 구두로만 '전략자산 전진 배치'를 말했을 뿐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순진 합참의장이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합의했다는 대목에서도 '전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개란 배치와 달리 위력 정찰비행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당장의 전략자산 배치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의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몇 가지 축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결속하려는 미국으로서도 좋은 기회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북핵으로 촉발된 '안보 테마'를 끌고가려면 사드만큼 좋은 이슈도 없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속도를 내는가도 관심 대상이다. 한국 내부에서 위안부 문제 타결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남아 있는 상태지만 오랫동안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를 위한 걸림돌을 없애라고 종용해온 미국이 주도하는 3국 간 군사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따라 동북아 정세도 요동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안보의 빗장을 다지면서도 중국과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고민이 더욱 깊어진 셈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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