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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상파 재송신 갈등 해법

병신년 초부터 지상파방송 케이블 재송신을 둘러싼 방송 업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지상파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의 '다시보기' 이용이 제한되는 등 서비스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상파재송신이란 KBS·MBC·SBS 등 지상파TV방송사들이 공중으로 전파를 통해 송신하는 프로그램을 케이블TV(SO) 업체들이 수신해 자사 서비스 가입 회원들에게 다시 전달하는 행위다. 지상파TV방송사들은 많은 자본을 투자해 제작한 프로그램을 케이블TV 업체들이 자사 영리행위에 이용하는 것이니 정당한 대가를 내라며 재송신수수료(CPS)를 받아왔다. 케이블TV 업체들은 CPS의 산정 근거가 불투명하고 인상률이 과도하며 재송신을 통해 지상파TV 방송사가 얻는 편익도 계산돼야 한다며 반발해왔다. 이견은 좁혀지지 않아 지난 2007년부터 본격화한 재송신 분쟁이 지난해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양측 입장을 들어본다.

찬성-손계성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

합리적 콘텐츠가격 시장자율에 맡겨야

● '제값받기 노력=시청자 피해'는 잘못

● 지상파 고품격 콘텐츠 제작 위한 '의무'

● 정부 개입땐 유선방송사업자만 특혜




방송 콘텐츠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고도의 지성과 기술 그리고 자본을 조합해 만들어내는 지적 저작물이다. 저작권법은 이러한 저작물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핵심가치로 삼는다. 저작물이 공정하게 이용됨으로써 저작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가가 돌아가야 관련 산업의 선순환과 발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분쟁에 관한 합리적인 인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자사의 저작물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영리활동과 수익창출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법원 또한 이러한 권리를 수차례 반복적으로 인정해왔다. "타인의 권리나 물건을 사용하려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혹은 "법률을 위반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등과 같은 지극히 상식적인 명제들이 사법 영역에서도 재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명백한 상식적·법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그간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장으로 여론전을 펴왔다. 첫째, '지상파방송 케이블 재송신 대가' 분쟁으로 시청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사업자 간 협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재송신 행위에 수반되는 양자 간의 실질적 득실을 따져 이를 상계(相計)한 재송신 대가가 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한 주장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우선 '방송 콘텐츠의 제값 받기'를 위한 노력을 '시청자의 피해'로 오독(誤讀)시킨다는 점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요리가 만들어지려면 좋은 식재료가 필요한 것처럼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반드시 좋은 제작요소를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지상파방송사가 콘텐츠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권리 찾기'라는 의미 수준을 넘어 '의무'에 가까운 일이다. 콘텐츠 재원 확보에 실패한다는 것은 고품질 콘텐츠의 생산과 제공 능력을 상실하는 셈이고 이는 시청자들에 대한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할 콘텐츠 가격결정 과정에 대한 정부의 직접개입을 요구하는 것 역시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역행하는 주장이다. 정부의 강제적 개입은 '콘텐츠 제값 받기'에 나선 지상파방송사들의 동력과 협상력을 무력화하는 반면 어떻게든 콘텐츠를 싼값에 묶어놓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유료방송사업자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가 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이는 대부분의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국내 굴지 대기업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볼 때 또 다른 '대기업 특혜'가 될 수도 있다.

셋째, 재송신 행위에서 콘텐츠 제공자와 사용자 간 득실을 상계해 재송신 대가를 정하자는 것도 현실에서 한참 빗나간 주장이다. 이제껏 지상파 콘텐츠를 간절히 원해온 것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이었지 지상파방송사가 스스로 나서 유료방송사업자에 재송신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지상파 콘텐츠가 필요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재송신 행위가 상호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전제의 오류'이자 '견강부회'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논리는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당신 회사의 브랜드를 붙인 자동차를 전국 방방곡곡으로 몰고 다니며 당신 회사 광고를 해줄 테니 자동차 가격에서 그 광고 대가는 빼달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과도 같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매달 일정 금액의 가입비를 받는 이상 그 비용에 걸맞은 편의성과 경쟁우위의 콘텐츠 제품군을 제공함으로써 자사 가입자를 만족시킬 의무가 스스로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장의 필연적인 도전 속에 자사가 이행해야 할 의무는 외면한 채 건전한 콘텐츠 거래시장에 더 이상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 건전한 콘텐츠 시장에서의 '합리적 가격'이란 그 콘텐츠가 사용되는 시장에서의 기대수익 규모에 따라 자율적 협상으로 결정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반대-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국장

재송신료 산정방식 절차 제도화 불가피

● 점유율 90%… 대다수 국민 이익 고려해야

● CPS 산정, 상호이익 상계방식 바람직

● 사업자 대승적 결단·정부 적극 관여도 필요




지상파 재송신 분쟁은 지난해에도 해결되지 못한 난제다. 지상파방송사는 케이블방송사(SO)들을 압박해 유리한 재송신 계약을 맺기 위해 SO의 하나인 CMB를 상대로 '재송신 신규 상품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중소 SO들 상대로는 재송신료(CPS)를 적용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협상과 소송 과정에서 지상파방송사들의 일관된 태도는 자사가 요구하는 콘텐츠 대가를 내든지 아니면 재송신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지상파들은 사업자 간 협상 문제라며 정부 개입도 거부해왔다. 그러다 보니 방송시장에서 재송신료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 돼버렸다. 유료방송사들은 명확한 산정근거도 설명받지 못한 채 재송신 중단을 피하기 급급해 계약을 하곤 했다.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지상파방송이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사업자들의 소모적인 다툼에 시청자의 피해까지 발생하는 사안이다. 갈등 해소를 위한 정책개입이 필요하다.

우선 문제 해결방향 설정을 위해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첫째, 지상파재송신은 공공재인가 사유물인가. 지상파방송은 국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무료로 시청할 권리가 있다. 다만 유료방송 재송신의 경우 KBS1·EBS만 의무재송신 대상 채널로 규정돼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의무재송신 이외 채널들에 유료방송 가입자당 재송신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지상파를 무료로 봐야 할 시청자의 권리가 유료방송으로 본다고 해서 소멸돼야 하는가. 틀린 논리는 아니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유료방송 점유율이 90%를 넘는다는 점이다. 정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지상파TV만 이용하는 가구는 6.7%에 불과하다. 지상파에 무료로 제공한 주파수와 KBS 수신료, 천문학적 금액의 국민 자산을 투자한 것치고는 돌아오는 혜택이 매우 적다. 또 지상파방송은 일반채널 시장과 달리 진입규제가 있다. 유료방송사들은 물론 다양한 사업자들이 지상파방송국을 갖고 싶어도 정부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유경쟁이 아닌 진입장벽으로 철저히 보호받는 영역이라는 점도 지상파방송을 사유물로 취급할 수 없는 이유다. 다수 국민의 시청행태를 간과한 단순논리로 지상파방송의 공적 책임을 회피하고 상업화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둘째, 현행 CPS가 합리적인가. 지난해 지상파방송사들의 요구사항은 가입자당 CPS를 280원에서 430원으로 인상하자는 것이었다. 기존 280원이었던 CPS도 명확한 산정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전년 대비 54%가량을 인상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대가산정 방식과 절차의 합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또 하나, 케이블 재송신으로 지상파방송이 얻는 이익도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 지난해 울산지법에서는 지상파방송사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CPS 280원이 통상사용료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또 케이블 재송신에 의한 지상파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도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도 'CMB 재송신 상품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문에서 '케이블사의 지상파 재송신이 영리행위라 하더라도 지상파방송 보급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제 해결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재송신협의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일방의 주장과 관철 또는 진흙탕 소송전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는 시청자들의 권리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논란의 핵심인 재송신료 산정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서로 얻는 이익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재송신료 산정을 제도화한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시청자까지 연결되는 방송산업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사업자끼리 다툴 때 다투더라도 상호존중과 합리성을 무시한다면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상파방송 시청권과 같은 공공영역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업자들의 대승적 판단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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