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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수컷 육식공룡의 사랑법은?

"짝짓기 구애행위, 제자리뛰기 하듯 뒷다리로 땅판다"

국내 연구진, 화석 통해 세계 최초 입증… 획기적 성과

'美서 발견 공룡 발자국 화석' 한반도 공룡연구에 분수령

대형 수컷 육식공룡이 짝짓기를 위한 구애행위로 땅파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입증됐다.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7일 최신호를 통해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미국 콜로라도대를 포함한 국제공동탐사대가 미국 콜로라도주의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한 공룡발자국 화석이 수컷 육식공룡의 구애행위 흔적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화석을 통해 대형 육식공룡의 짝짓기 구애행위를 확인한 것은 세계 최초이며 획기적 성과다.

논문에 따르면 덩치 큰 육식공룡은 수컷이 제자리뛰기를 하듯이 뒷다리로 '땅파기'를 해 암컷에 구애신호를 보냈다. 동물의 구애 행동은 화려하게 깃털을 펼치는 공작새,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는 매미와 개구리 등 다양한데 지금도 살고 있는 동물들 중에서는 땅에 알둥지를 낳는 물떼새류들이 육식공룡과 비슷한 땅파기 행동으로 이성의 눈길을 끈다.

미국 콜로라도대와 함께 이번 화석 발견과 분석·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육식공룡의 짝짓기 구애행위 흔적을 보여주는 발자국 화석을 2012년 6월 처음 발견했고 미국 콜로라도주 서부 2곳, 동부 1곳에서 최소 50개 이상을 1억년 전 백악기 지층에서 찾아냈다"며 "이를 통해 육식공룡의 구체적인 구애 습성을 알 수 있고 나아가 암컷 공룡이 수컷의 구애행위를 통해 '성적 선택'의 주체였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발견된 화석의 중요성은 한반도의 공룡 연구와 가치 판단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남해안 일대인 경남 고성·진주·사천·남해, 전남 화순·보성 등 16곳은 문화재청이 지정 관리하는 천연기념물 공룡화석산지로 세계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공룡의 이빨·뼈 같은 골격화석에 비해 공룡 발자국·알·배설물 등 흔적화석은 덜 중시됐지만 이번 성과가 흔적화석이 공룡의 서식행태를 유추할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지난 2008년 포기했던 '한반도 남해안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재도전하게 할 전환점도 마련됐다. 유네스코 잠정 목록에 올랐을 당시 실사단은 뼈 화석에 비해 발자국 같은 흔적화석의 가치가 부족하다는 점과 국제비교연구의 미흡함을 지적했고 이를 계기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세계 여러나라의 화석산지 연구진과 국제적 비교연구를 시작했다.

임 연구관은 "한반도 남해안은 특히 발자국 화석에 관한 한 세계 정상급 유적지이기에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공룡의 행동 습성을 보여주는 흔적화석이 분명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공룡의 짝짓기 구애습성이 발견된 만큼 향후 전 세계 자연사박물관의 전시 연출부터 공룡을 사용하는 애니메이션·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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