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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판명땐 국내 미술시장 치명상

■ 이우환 작품 '위작 의혹' 국과수서 가린다

李화백 작품 국내 경매사 거래실적 10년간 712억 1위

해외 미술계에서도 '단색화 열풍' 핵심 작가로 명성

부실한 미술감정·거래 시스템도 다시 도마에 올라

위작의혹 점으로부터
지난해 12월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돼 5억7,085만원(수수료 포함)에 거래됐으나 첨부된 감정서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돼 국과수로 넘어간 이우환의 작품 '점으로부터 No.780217' /사진제공=케이옥션

백남준 이후 최고의 한국미술가로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는 이우환(80) 화백에 제기된 '위작 유통설'이 경찰 수사에 의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급기야 국과수로 작품에 대한 진위 요청이 넘어가면서 화랑업계를 비롯한 미술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화백의 작품은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국내 경매사 거래실적 집계에서 약 712억원어치가 팔리며 낙찰총액 1위의 위엄을 지킨 막강한 시장 주도주다. 2012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점으로부터'가, 2014년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선으로부터'가 각각 23억원 이상에 낙찰돼 국내 생존 작가 중 최고 낙찰가 기록을 가진 '국가대표' 역시 이 화백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에 따르면 총거래액 1,880억여원 가운데 이 화백의 작품은 약 117억원(121점)어치가 거래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미술시장을 가까스로 살려놓으며 해외 미술계에서도 한국을 주목하게 한 '단색화 열풍'의 핵심작가 또한 이 화백이다. 따라서 이 화백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될 경우에 미술 작품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며 시장에 메가톤급 치명상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실한 미술품 감정과 거래 시스템이 또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그간 위작 유통 의혹에 대해 이 화백은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내 작품은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에 모방하기 어렵다"며 "나는 (내 작품의) 위작을 본 적 없다" "작품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세력이 있는 듯하다"고 말하는 등 완강하게 의혹을 일축했다. 급기야 이 화백은 '가짜가 아니다'라고 한 작품을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가짜'로 판정하자 자신의 작품 감정을 중단하게 하고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등에게 감정위원회를 맡겨 감정서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에 '위조 감정서'를 첨부해 5억여원의 이 화백 작품을 판매한 케이옥션은 경매시장 점유율 36%의 업계 2위 업체이자 이 화백 작품 감정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 박 회장의 갤러리현대가 모체인 경매회사다. 박 회장이 문제가 된 경매에 앞서 해당 작품이 포함된 공개 전시를 둘러보고도 거래가 진행됐기에 경매회사와 화랑의 유착관계라는 국내 미술시장의 해묵은 치부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케이옥션 측은 "감정서가 위조됐다고 해서 작품 자체가 위조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경매 전 사전 전시에서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복수의 화랑 관계자들은 "이 화백은 자연 안료인 석채를 사용해 변색이 안 되는데 당시 케이옥션 출품작은 보관상태가 나빠 탈색이 됐다고 해 의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과수가 진위조사를 할 경우 이 부분에 주목해 안료를 검증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간 이 화백은 작가 겸 비평가로 활동하며 재료의 날것 그대로를 보여줘 최소한의 인간행위와 예술활동에 대해 사유한 1970년대 일본의 미술운동인 모노하(物派)의 창시자가 됐다. 이후 파리에서도 활동한 이 화백은 2011년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2014년 프랑스 베르사유궁전 특별전 등 세계 정상급 거장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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