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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공급 중단 카드까지 거론 中 對北 제재 적극 동참할 듯

양국 외교장관 통화

"美 단독으론 불충분" 中역할론 목소리 커져

박근혜정부 '톈안먼 망루 외교' 시험대에 서



중국이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도록 한국과 미국이 끌어낼 수 있을까. 대북제재 실효성의 열쇠를 쥔 중국이 한미 주도의 대북 압박 공조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틀 만인 8일 저녁이 되어서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윤 장관은 왕 부장과 북한 핵실험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교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논의 중인 추가 대북제재 등 향후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안보리 제재에 있어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인 만큼 중국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원래 하루 전날인 지난 7일 오후1시에 왕 부장과 통화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사정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이 북한의 핵실험 후 곧바로 미국이나 일본·프랑스·영국·호주 등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가진 것에 비하면 중국과의 소통은 상당히 지연된 것이다. 중국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입장을 정리하는 데 상당히 고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최근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던 중 북한이 사전 통보도 없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상당한 당혹감과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7일 발표한 '외교부 성명'에서는 그간 북한의 도발 때마다 들어가던 '각국의 냉정한 대응을 호소'하는 문구가 처음으로 빠졌다. 왕 부장은 이례적으로 핵실험 당일(6일) 저녁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참석한 외교만찬장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앞선 핵실험 당시 극히 제한적으로 실행된 것으로 알려진 원유공급 중단이라는 최고 수준의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받는 원유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북한은 원유공급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석유가 오지 않으면 당장 군대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골칫거리지만 미일 중심의 대중국 포위전략 속에서 여전히 버릴 수 없는 '전략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한중 관계를 강조해온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는 한반도 안보와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중국 경사'라는 오해를 받아가면서까지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과 일본 등의 비판적 시각을 무릅쓰고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끌어내 '망루 외교'가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보여줄 차례가 된 셈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왕 부장과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대북 접근)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는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왕 부장과 전화 회담을 하기 위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도 7일 A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냉각기에 있지만 중국은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자 유일한 친구"라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 단독의 행동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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