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에 서식하는 바우어새(Bower bird)는 부동산에 관심이 무척 많다. 이 새의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무기는 화려한 집짓기다. 우선 잔가지를 엮어 높이 1m 남짓의 정자 모양 집을 만들고 주위에 정원까지 꾸민다. 각종 열매와 꽃, 아름다운 빛깔의 돌, 조개껍데기를 달아 집안을 장식하는 것은 기본. 딸기즙으로 벽에 색칠도 한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에야 소리를 내 지저귀며 암컷을 유인한다.
요즘으로 치면 집 장만해 잘 꾸며놓고 '내 아파트 어때' 하면서 연인을 유혹하는 것 같다. 이렇듯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동물들의 연애 전략과 기술은 깜짝 놀랄 정도로 기발하다. 인간을 닮기도 하고 어떨 때는 인간을 능가할 만큼 교묘한 술수를 쓰기도 한다. 저마다의 장기를 뽐내는데 색깔·동작·소리·냄새 정도가 공통분모이지 싶다. 공작은 화려한 날개로, 개구리와 꾀꼬리는 큰 울음소리와 아름다운 노래로 이성을 사로잡으려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물 세계에서도 힘의 과시나 나쁜 남자의 매력이 통하는 경우가 있다. 악어와 사자의 경우가 그렇다. 수놈 악어는 암놈에게 잘 보이려고 큰 턱을 이용해 물에 진동을 일으키거나 턱을 부딪치면서 딱딱 소리를 내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한다. 이들 현존 동물과 마찬가지로 오래전 사라진 공룡들도 수컷들이 구애행위를 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문화재청이 포함된 국제공동탐사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약 1억 년 전 지층에서 공룡들이 땅을 팠던 화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이 네 가지 가설을 세워 따져본 후 수컷들의 공동 구혼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두 발로 땅을 넓게 파 태어날 알을 지킬 수 있는 능력, 즉 다른 수컷보다 자신이 배우자로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했던 흔적이라는 것이다. 암컷은 이 장기자랑을 지켜보다가 맘에 드는 수놈을 간택했던 듯하다. 짐승이나 인간이나,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반쪽을 쟁취하려는 수컷들의 몸부림이 눈물겹다. /임석훈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