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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대책보다 '물 관리 어젠다' 세워라

'물 부족 극복' 호주서 선진정책 배운다

濠 빗물 활용 등 인프라 투자… 수돗물 값 올려 소비 억제도

10년만에 기술 전수국 변신

한국도 고비용 댐건설 벗어나 공급 다양화·효율화 정책을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 공항 남쪽 활주로 인근에는 펌프·정화장치 등 물 관련 시설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빗물을 지하 대수층에 보관해 수돗물 대용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이 공항은 식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활유지용수로 빗물을 이용하고 일부는 인근 마을에까지 생활용수로 공급한다.

애들레이드 도심으로 들어가면 눈에 들어오는 영국풍 호텔들 역시 마찬가지다. 재활용수를 수돗물 대신 사용한다. 화장실 변기에 공급되는 물은 대부분 재활용수다. 세탁 등 1차로 사용한 물을 깨끗이 정화한 뒤 활용한다.

호주는 지난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2년간 '밀레니엄 가뭄'이라는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물의 효율적 활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밀레니엄 가뭄 시기에 호주의 연간 강수량은 예년의 40~60%에 불과했다. 대다수 댐의 저수량이 40% 밑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호주 정부는 2004년 물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물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8조5,000억원의 예산을 물 개혁정책 수립을 위해 투입했고 수돗물 가격을 인상해 물 소비억제도 유도했다. 또 한 대당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담수화 설비를 6대나 설치하며 물 공급을 늘렸고 일반가정과 공공시설에 빗물 저장용 탱크, 재활용수 정화장치 등을 도입했다.



이런 10년여의 노력 끝에 호주는 2014년부터 가뭄에서 벗어났다. 현재는 물 관리 노하우를 전 세계에 전수하는 국가가 됐다. 최근 4년간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호주의 물 효율화 정책을 가뭄대책 모델로 채택해 벤치마킹하고 있다. 호주 정책전문가와 학자들은 지난해 심각한 가뭄을 겪은 우리나라에 물 관리를 효율화하는 어젠다를 하루빨리 세우라고 조언한다. 물 효율화는 물 낭비를 최소화하고 적은 양의 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물 관리 방안이다. 화장실 변기의 소변용·대변용 물내림 버튼을 분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게리 존스 호주 캔버라대 응용생태학과 교수는 "가뭄을 대비한 댐 건설은 비용에 비해 효용이 떨어지는 만큼 물 관리를 유연하게 하는 방안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물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물 관리 어젠다'를 우선 마련하고 이에 맞춰 수요관리와 대체 수자원 확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들레이드=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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