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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제4차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싸늘하게 식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휴전선 일대. 주요 안보관광지 운영이 중단돼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아쉬움을 삼키고 돌아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특히 이번 사태로 경제활동에 직격탄을 맞은 관광지 일대 상인들은 되돌아가는 관광객을 지켜보며 현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0일 찾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출입금지'라고 씌여진 안내판이 큼지막하게 설치돼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된 줄 모르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휴관 안내문을 보고도 아쉬움에 발길을 떼지 못했다. 이곳은 통일전망대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연간 3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수원 세류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김연희(22세·여)씨는 "내일 중국으로 유학을 가기 앞서 마지막 가족 여행을 하기위해 왔는데 너무 아쉽다"며 "중국 단둥에서도 북한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북한을 볼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간 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국내 최대의 안보관광지인 임진각 관광지도 주말이면 꽉 들어차던 주차장에 이날은 그 절반도 차 있지 않을 정도로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는 평소 제3땅굴~도라전망대~도라산역~통일촌직판장을 연계한 'DMZ 안보관광 상품'을 판매하지만 매표소에 설치된 3개의 매표대는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폐쇄된 상태였다.
안보 관광지 운영이 중단된 사실을 모르고 추운 날씨에도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은 매표대에 붙은 '땅굴 관광이 통제되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구를 본 뒤 옷깃을 여미며 차로 되돌아갔다.
임진각 관광안내소의 남기분씨는 "군부대 방침에 따라 안보 관광 상품의 운영을 중단하고 공원만 개방하고 있다"며 "돌아가시는 관광객들을 보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안보관광지 인근의 상인들은 한숨 소리만 커지고 있다. 오뎅이나 컵라면, 닭꼬치 등을 파는 음식점은 물론이고 관광상품을 파는 가게에도 손님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일요일인데도 아예 영업을 접은 상점도 눈에 띄었다.
임진각 관광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봉남씨는 "관광객이 평소의 10%도 안되는 것 같다"며 "주말인데도 평일보다도 적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 씨는 "북한과 관련해 무슨 일만 터지면 매번 이런 식"이라며 "관광객이 늘어나는 봄이 오기 전에 이번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파주=양사록기자 sa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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