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중앙아시아 강호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베크)과의 역대 맞대결에서 20번 이기는 동안 단 2번 졌을 뿐이다.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청소년 대표팀을 통틀어 전적이 20승6무2패다. 하지만 최근에는 팽팽한 경기가 많았다. 2011년 10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이 서울 평가전에서 5대1로 이긴 이후 올림픽팀과 A대표팀의 우즈베크전 전적 합계는 4승2무다. 올림픽팀은 우즈베크와의 가장 최근 경기인 지난해 2월 킹스컵에서 송주훈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겼다. A대표팀은 3승2무를 거뒀으나 3골 차 이상 승리는 없었다.
세계 최초의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축구 대표팀이 난적 우즈베크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리우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는 대회. 한국은 우즈베크·예멘·이라크와 C조에 편성됐다. 14일 오전1시30분(이하 한국시각) 열리는 우즈베크와의 1차전이 본선 진출의 첫 번째 분수령이다. 이라크가 디펜딩 챔피언이기는 하지만 전력상 한국과 C조 1위를 다툴 팀은 우즈베크로 전망된다. 16개 나라가 출전한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을 얻는다. 조 2위만 해도 8강에 오르지만 수월한 대진을 위해서는 조 1위로 진출해야 한다.
한국은 대회가 열리는 결전의 땅 카타르 도하에 지난 8일 입성, 우즈베크전을 대비한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대표팀은 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기며 골 결정력에서 불안감을 노출했지만 신태용 감독은 결승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잇따른 평가전을 통해 경기 중 전술 변화에 대한 선수들의 적응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신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주축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4-3-3, 4-1-4-1 등으로 변화를 주문하며 상대를 흔들 계획이다.
우즈베크전에서는 특히 황희찬(20·잘츠부르크·사진)의 발끝에 시선이 집중된다. 대표팀의 킬러로 주목받는 유럽파 공격수 황희찬은 3년여 전의 아픔을 떠올리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포철공고 소속이던 황희찬은 2012년 9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렸던 AFC U-16 챔피언십 8강 우즈베크전에서 골을 넣었다. 0대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터진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황희찬은 그러나 자신이 끌고 간 승부차기에서 실축하고 말았다. 3대5로 밀린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해 4위까지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아픔을 되갚을 기회가 왔다. 2014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계약한 황희찬은 지난해 2부리그 FC리퍼링에서 11골 5도움(17경기)을 올리며 1부리그 잘츠부르크로 복귀했다. 지난해 10월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뒤늦게 올림픽팀에도 발탁된 그는 3경기 만인 4일 아랍에미리트와의 평가전(2대0 한국 승)에서 데뷔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저돌적인 돌파와 드리블 기술이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를 닮았다는 칭찬을 듣는다. 황희찬은 "막내인 만큼 형들보다 열심히 뛰겠다"며 "매 경기 골 넣는 게 목표다. 무조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에는 황희찬 외에도 문창진·강상우(이상 포항), 송주훈(미토 홀리호크) 등 과거 우즈베크전에서 골 맛을 본 선수가 여럿이다.
한국은 16일 오후10시30분 예멘, 20일 오전1시30분 이라크와 차례로 맞붙는다. 한국은 올림픽 최종 예선 29경기 연속 무패(21승8무)를 기록 중이라 기록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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