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부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협회에서 1년에 한번씩 전국 호텔업 운영에 관한 자료를 발표하지만 2014년 자료가 작년 말에 공개될 정도로 시차가 있습니다. 자료의 정확성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투자 대상이 있을 경우 인근 호텔에 전화해서 호텔업 경기를 파악하는 정도입니다. 당연히 정확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호텔 투자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호텔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오피스 시장의 경우 매 분기 여러 업체들이 공실율, 임대료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호텔은 1년에 한 번 공개되는 자료가 전부다. 그나마 이 자료를 신뢰하는 투자자도 찾기 힘들다. 마땅한 투자 참고 자료가 없다 보니 호텔은 투자가 까다로운 물건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들어 불과 3~4년 전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비즈니스 호텔에 투자했던 기관투자자들의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 기관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마스터리스를 통해 최소수익률을 보장해 준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막상 수익률이 나오고 보니 생각만큼 기대에 못 미친다”며 “수익률이 검증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기관이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객실 수익이 좋은 곳 위주로 굉장히 선별해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이 이런 상황이라면 주로 분양형 호텔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시행사와 분양홍보 대행사들은 몇 천 만원만 투자하면 10% 이상의 고수익을 안겨준다고 주장하지만 과장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 호텔 공급 추이와 호텔 운영 현황, 공급 현황 등 기본적인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의 경우 유사한 기능을 가진 숙박 시설의 현황을 각기 다른 정부 부처에서 관할하고 있어 그때그때 시장의 수급 현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점이 문제다. 이를테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분양형 호텔은 보건복지부, 관광호텔은 문화관광부에서 현황을 파악한다. 작년 초 서울시정연구원에서 이를 모두 합쳐 숙박 시설 공급현황을 파악한 적이 있지만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조사는 아니다.
이처럼 호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깜깜이 투자는 장기적으로 호텔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기관이나 개인이나 할 것 없이 지금 같이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해를 볼 경우 향후 호텔 투자를 아예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지만 호텔업도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의 메리어트나 홍콩의 리갈, 싱가포르의 애스콧 등 국내 호텔 체인들이 롤모델로 삼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들은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고, 리츠로부터 투자를 받아 브랜드를 키우고 사세를 확장했다. 아직 성장 단계인 국내 호텔업에도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한다면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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