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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설 '야외 격투장'…총기 대신 글러브 끼고 `맞짱 뜨라'

버지니아주 ‘스트리트비프스’ 주목…분쟁당사자 간 글러브 끼고 격투

사소한 분쟁이 총기 사고 등 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야외 링’에서 격투하도록 유도하는 미국인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인공은 버지니아 주 북부의 해리슨버그에 사는 크리스 윌모어. 얼굴에 큰 흉터가 있어 ‘스카페이스’(scarface)로 알려진 그는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 친한 친구가 총에 맞아 죽은 이후 총기 사고를 줄일 방법을 고민해 오다 ‘스트리트비프스’(streetbeefs)를 시작했다.

‘스트리트비프스’는 잔디밭을 링으로 삼아 분쟁 당사자들이 육체적으로 싸우도록 하는 일종의 격투이다. 몸싸움으로 한바탕 상대방에 대한 화를 폭발시켜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이다. 글러브를 끼고 싸우기 때문에 큰 부상은 발생하지 않으며, 한 사람이 쓰러지면 경기를 말리는 등 격투를 진행하는 심판도 있다. 또 물어뜯기, 머리 잡아당기기, 눈 찌르기 등이 금지되는 등 나름 규칙도 있다. 격투를 지켜보는 구경꾼들도 많아 링만 없을 뿐이지 이종격투기를 보는 듯하다.

윌모어는 “대부분 분쟁은 한 차례 대결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해결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까지 갖게 된다”며 “이 지역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윌모어는 ‘야외 링’에 오를 사람을 찾아 거리를 돌아다닌다.



차를 타고 시내를 다니다가 ‘뿔이 난’ 사람을 발견하면 사연을 직접 들은 뒤 자신이 고안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분쟁 당사자들이 동의하면 ‘야외 링’에서 만난다. 아직 야외 격투에 따라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등의 사고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윌모어의 ‘대안’이 총기 폭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해결책으로는 보지 않아 향후 어떤 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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