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시장이 궤도를 이탈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증시 폭락의 원인이던 위안화 절하에 제동을 걸고 시장 불안요인들을 잇따라 제거하고 나섰지만 11일 증시는 또다시 5% 이상 급락하며 패닉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상하이종합지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0선마저 위협 받으며 중국 당국의 신뢰와 시장 소통 능력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9.71포인트(5.33%) 떨어진 3,016.70으로 마감했으며 선전종합지수는 130.62포인트(6.60%) 하락한 1,848.10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2.76% 하락한 1만9,888.50으로 장을 마감해 2013년 6월 이후 2년반 만에 처음으로 2만포인트 아래로 주저앉았다.
최근 중국 당국의 급속한 위안화 평가절하로 증시 폭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지수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시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다고 밝혔다. 12월 물가지수가 소폭 오름에 따라 지난해 전체 CPI는 1.4% 상승하는 데 그쳐 2009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4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해 경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
수출 증대 등 경기 부양에 나선 중국 당국이 추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중국 증시는 불안한 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의 헤지펀드 옴니파트너스는 올해 위안화 가치가 15% 이상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옴니파트너스의 크리스 모리슨 거시전략분석본부장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7.5위안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며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대규모로 개입하고 있지만 경제적 펀더멘털에 맞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쇼크가 계속되면서 코스피지수 역시 1.19% 하락하며 1,894.84로 마감해 지난해 9월8일 이후 4개월 만에 1,900선이 깨졌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11%(7.60포인트) 하락한 674.96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4,18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2일부터 이날까지 4조3,78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26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2008년 6월9일~7월23일(33일 순매도)과 지난해 8월5일~9월15일(29일 순매도)에 이어 세 번째로 긴 순매도 기간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작된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연초 재부각된 중국 경기 둔화 및 신흥국 불안으로 재차 강도가 거세진 모습이다.
연말 수십억~수백억원대 수준으로 줄었던 하루 매도 규모는 이달 들어 다시 수천억원대로 늘어났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모두 1조6,939억원어치가 순매도됐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5,587억원어치 순매도됐다.
한편 중국 증시 불안에 원·달러 환율도 1,209원80전으로 장을 마감하며 5년6개월여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2010년 7월19일(1,215원60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용순·노현섭·김상훈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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