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는 쇼가 끝났을 때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주 새해 첫 출격을 앞둔 조던 스피스(23·미국)가 '올해 지난해의 앙코르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말이다. '스피스 쇼'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당찬 대답이었다.
그의 말대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피스는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이며 2015-2016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현대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TOC)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기량은 변함없는 수준을 넘어 지난해보다 더 강해졌다. 나흘 합계 30언더파 262타(66-64-65-67)로 PGA 투어 72홀 대회 최다 언더파 역대 2위, 8타 차 우승의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1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7,411야드)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 6타를 줄인 스피스는 자신의 올해 첫 출전이자 지난해 PGA 투어 대회 우승자만 출전한 '별들의 전쟁'에서 첫 승을 따내며 독주 체제를 예고했다.
전성기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1·미국)처럼 스피스의 우승에도 풍성한 기록이 뒤따랐다. 30언더파는 PGA 투어 72홀 대회 언더파 기준 2위에 해당한다. 이 부문 1위는 어니 엘스(47·남아공)가 지난 2003년 이 대회에서 작성한 31언더파다. 만 23세 이전에 투어 7승을 올린 것도 1970년 공식 기록이 집계된 후 우즈에 이어 두 번째다. 더욱이 데뷔 4년 차인 스피스는 7승 가운데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한 6승을 지난해 3월 밸스파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에 수확했다는 점에서 무서운 기세를 확인할 수 있다. 그 6승 중 3승은 2위와 4타 차 이상의 완승이었다. 이번 대회에 나온 세계 2위 제이슨 데이(호주), 4위 버바 왓슨, 6위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를 비롯한 강호들은 스피스 쇼를 더 빛내준 조연 역할을 했다.
전날 3라운드에서 5타 차 선두에 자리한 스피스는 이변 없이 정상까지 치달았다. 한 조 앞서 경기한 지난해 우승자 패트릭 리드(26·미국)가 1번(파4)과 2번(파3)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자 2번과 6번홀(파4) 버디로 응수했다. 8번홀(파3)에서 보기를 하고 리드가 9번홀(파5) 버디를 하면서 한때 3타 차로 좁혀졌지만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9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스피스는 10번홀(파4)에서도 1타를 더 줄여 5타 차를 회복했다. 이후 관심은 최다 언더파 기록 여부와 2위와의 타수 차에 쏠렸다. 리드가 15번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낸 반면 스피스는 이 홀에서 2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잡았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리드를 8타 차로 따돌리며 '30'이라는 숫자를 전광판에 아로새겼다. 우승상금은 118만달러(약 14억3,000만원).
첫날 스피스와 맞대결에서 선두에 나섰던 리드는 우승을 놓쳤지만 이번 시즌 최고 기대주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1승 등 통산 4승을 거둔 세계 10위 리드는 최근 미국 골프채널로부터 올해의 선수와 메이저대회 생애 첫 우승자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첫 승을 거둔 데이는 이날에만 8타를 줄여 공동 10위(15언더파)로 순위를 끌어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26)는 트리플보기와 이글을 기록하는 다소 기복 있는 플레이를 한 끝에 1타를 줄여 공동 15위(14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스피스는 경기 후 "해가 바뀌었다는 것보다는 3주를 쉬었다는 느낌"이라며 올 시즌을 시작하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우즈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아직 그와 비교하기 이르다. 우즈가 쌓아왔던 것을 달성하리라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번 대회를 건너뛴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와의 첫 대결은 오는 21일 유럽 투어 HSBC 챔피언십(아부다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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