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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노정 갈등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물입니다. 노사정 모두 한발씩 물러서서 생각해야 합니다. 서둘러 만나서 갈등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김대환(사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3~4개월간 노정 간 불신이 생긴 것 같다"며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움직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불거진 책임론에 대한 부담이 큰 듯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 짧은 인터뷰 중에도 수차례 휴대폰이 울려 사태의 긴박함이 느껴졌다.
한국노총은 지난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일반해고·취업규칙 등 2대 지침을 기간제한 없이 논의하자고 정부에 제안한 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19일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현 사태의 원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자승자박'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노동계는 내용이 형성되기도 전에 '쉬운 해고' 프레임에 갇혀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김 위원장은 설명했다. 치명적인 것을 왜 해야 하느냐는 조직의 반발에 한국노총 지도부가 논리적으로 방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행정부의 고유권한인 행정지침을 노사와 협의하겠다며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이로 인해 2대 지침이 마치 노동개혁의 핵심인 것처럼 잘못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김 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히 협의한다'는 합의문 문구대로 이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고용부가 2대 지침 초안을 만들어서 노사와 협의를 거친 뒤 마지막 단계에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노사정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해 12월 간사회의에서도 이달 7일 열렸던 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논의 방식과 일정 협의 등을 시작하는 것으로 약속이 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는 대화에 응하지 않은 한국노총이 시간만 끌고 있다고 초조해했고 노동계는 재촉하는 정부에 대해 일방적인 추진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지금의 사태가 초래됐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정이 조금씩 물러서 서둘러 다시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국민적 자산을 어느 누구도 훼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어떤 경우에도 노사정 대타협이 파기되거나 노사정위가 와해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19일 이전에 대표자 회의든, 차관급 간사회의든 열어 타개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법과 판례의 틀에 따라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어서 이렇게 부딪힐 게 아니다"라며 "노사정이 실사구시 정신을 갖고 우선 만나 협의를 빨리 시작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공개한 초안을 보면 해고는 오히려 까다롭게 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를 향해 김 위원장은 "2대 지침은 노동개혁 중 한 부분에 불과한데 이 문제로 사회적 대타협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이러이러한 조건을 가져오지 않으면 파기한다는 식으로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것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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