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뜨겁던 글로벌 제약 업계의 빅딜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영국 제약 업체 샤이어가 미국 제약사 박스앨타를 320억달러(약 38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하면서 세계 최대 희귀질환 치료 제약 업체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샤이어는 박스앨타에 주당 18달러의 현금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샤이어 주식 0.1482주를 지급해 박스앨타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박스앨타 주주들은 합병 회사의 지분 34%를 소유하게 되며 양사는 올해 중반까지 합병 거래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샤이어는 지난해 7월 박스앨타 측에 30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부당한 뒤 인수금액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플레밍 온스코프 샤이어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딜은 규모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제약 업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분야인 희귀질환 치료약 부문에서 주도권을 잡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제약 업계에서 희귀병 치료제는 가격이 비싸고 그만큼 마진도 높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박스앨타는 희귀성 혈액질환 및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샤이어는 합병을 통해 향후 5년간 안구건조증·혈우병과 같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30종의 신약을 개발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을 20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이미 샤이어는 지난해 다이액스를 59억달러, NPS 파머슈티컬을 50억달러에 각각 사들이는 등 희귀질환 치료제에 특화된 제약회사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해왔다.
다만 최종 합병을 위해서는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법인세 등 세금 감면을 위한 분사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박스앨타는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샤이어에 인수되면서 올해 23.5%인 세율이 2017년에는 16~17%로 줄어들게 된다고 WSJ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온스코프 샤이어 CEO는 미국의 관련 법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해에는 미국의 거대 제약사 화이자와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제약사 앨러간이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 제약사가 탄생하는 등 글로벌 제약 업계에 대형 인수합병(M&A)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