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한 핵심 외교소식통은 “의회가 핵실험을 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고강도의 대북 제재 법안을 처리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일치된 경고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해온 북한을 향해 미국 의회가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법안은 지금까지 미국 의회를 통과한 대북 양자 제재법안 가운데 ‘범위’와 ‘내용’이 가장 포괄적이다.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재뿐만 아니라 ▲사치품 수입을 비롯한 북한 정권 지도층의 문제 ▲인권유린 ▲자금세탁과 위조지폐, 마약 밀거래 등 다양한 불법행위 ▲사이버 안보 침해 등 기존에 미국의 행정명령과 유엔 안보리 결의에 열거된 대북 제재가 거의 모두 망라돼 있다. 특히 북한의 불법 행위를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거나 연계된 제3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적용할 수 있도록 미국 대통령에게 ‘재량’을 부여한 점이 주목된다.
하지만 이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우선 2010년 ‘포괄적이고 의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한 대이란 제재보다 수위가 낮다는 평가다. 대이란제재법은 사실상 통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의 모든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제재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0년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란 멜리트은행과 이란산 원유수입 대금결제를 끊은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재량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행정부가 반드시 의무적으로 제재를 이행해야 하는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즉 이 법안이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처럼 북한 김정은 정권이 실제로 ‘고통’을 느끼는 수준까지 제재를 확대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특히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될 수 있는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대다수가 중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행정부가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또다른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원의 문턱을 넘은 이 법안은 앞으로 상원에 계류 중인 두 건의 대북 제재 강화법안과 병합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원에는 지난해 7월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의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뉴저지)와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대북 제재 강화법안(S. 1747)과 지난해 10월 공화당 대선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와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 동아태 소위 위원장이 발의한 대북 제재 강화법안(S. 2144)이 각각 외교위에 계류돼 있다./김능현 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