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동부 국가 지부티가 양국의 새로운 군사적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부티는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해역에 접한 곳으로 양국 모두 해상교통로로서의 중요성과 해적 퇴치 등을 명분으로 현지 군사·방위 거점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1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앞으로도 지부티의 자위대 거점에서 국제 평화협력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해당 거점을 더욱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해상수송로인 지부티 인근 해역의 해적 출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1년 7월 지부티에 해상자위대 소속 600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국제공항 인근에 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현지 기지에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거점 기능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도 지부티의 자위대 거점에서 아프리카 남수단의 PKO 부대로 물자를 수송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유사 활동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아직 지부티에 군사적 거점이 없으나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부티와 10년간 기지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시설 건설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티 거점은 중국이 아프리카에 건설하는 첫 기지다. 앞서 중국 정부는 자국 해군의 PKO 작전 참여와 아덴만 해역에서의 선박 보호, 인도적 지원에 주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이 국제사회의 평화·안정에 이바지한다는 명분 아래 지부티를 놓고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는 일본 기업의 신흥시장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 정부의 '표밭'이기도 하다. 중국 입장에서도 지부티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로와 동남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교통로를 의미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 일부를 구성하는 주요 지역이다.
일본과 중국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뿐 아니라 남중국해에서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일본이 자위대 항공기의 남중국해 주변 비행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은 헬리콥터까지 갖춘 1만2,000톤급의 초대형 경비함(CCG 3901)의 건조를 사실상 끝내고 남중국해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신형 경비함 배치는 센카쿠 12해리 이내 해역에 중국이 최근 기관포를 탑재한 경비함을 진입시키는 등 새해 벽두부터 영유권 강화 행보에 나선 것의 연장선으로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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