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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같이 보실래요] “눈으로 본 풍경과 마음으로 본 풍경이 맞닿았군요”

<3> 석철주 화백

'팔레즈의 안갯속 집'-'신몽유도원도'

색채감·흐릿한 형태 비슷해 놀라

사실적 풍경 묘사한 인상주의와 마음으로 본 산수화 닮은 점 많아

석철주 화백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인상주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송은석기자





“눈으로 본 사실적 풍경묘사에 충실했던 모네의 이 그림과 사의적(寫意的)인, 그러니까 마음으로 본 정신적 그림인 저의 ‘신 몽유도원도’와 색채감이나 흐릿한 형태 면에서 많이 맞닿아 있어서 참으로 놀랍고 반갑습니다.”



특별전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가 한창인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난 동양화가 석철주(66) 추계예술대 명예교수는 클로드 모네의 1885년작 ‘팔레즈의 안갯속 집’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석 화백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신 몽유도원도’와 ‘박연폭포’ 연작은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정선의 박연폭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먹이 아닌 파스텔톤의 아크릴로 그린 작품들이다. 몽유도원도의 ‘복숭아 도(桃)’ 자에서 착안해 파격적인 형광 핑크색으로 그린 ‘신 몽유도원도’는 모네의 ‘팔레즈의…’과 색감과 분위기가 닮았다. 석 작가는 “모네는 대상의 색채와 인상에 집중하다보니 그 윤곽이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인데 나 역시 꿈에서 본 산수에 대한 마음그림인지라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에 걸린 모네의 또 다른 작품 ‘베퇴유에서 바라본 봄 풍경’에서 석 화백은 “청전(靑田) 스승님이 생각난다” 했다. 청전 이상범(1897~1972)은 한국 근대 동양화 6대가 중 으뜸으로 꼽히는 거장이며, 석철주는 16세부터 그의 마지막 ‘무릎제자’로 화단에 입문했다. 석 작가는 “청전 선생님은 갈필로 새까만 나무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산수를 넓혀나가며 수묵의 깊이감을 만드셨는데 모네가 그린 이 나무에서 그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며 “대상을 보고 시간성을 표현하기 위해 붓질을 자유자재로 변주할 수 있는 작가의 기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차분히 느릿하게 전시를 관람한 그는 “사실성을 추구한 서양의 풍경화와 사의성으로 그린 동양의 산수화가 묘사와 분위기 면에서 어떻게 다르고 어떤 부분이 유사한지, 화가들이 풍경을 어떤 방식으로 봤는지를 짚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라고 분석했다. 석 화백의 경우 대상을 그린 다음 물감이 마르기 전에 축축한 붓질로 덧그려 오히려 윤곽을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는 고유의 화법을 펼쳐왔는데 최근작은 점차 산세가 사실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를 보이는 중이다. 그는 “지난해가 ‘신 몽유도원도’ 시리즈를 내놓은 지 10년이었고 고려대박물관에서 대규모 은퇴기념전을 연 의미 있는 해였는데 신년에 본 이 전시가 현장에서 사생적인 풍경을 더 담아오라고 자극한다”며 “눈이 아닌 마음으로 그림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유익할 전시”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4월3일까지 계속된다. 1588-2618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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