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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극복 호주의 교훈] 빗물탱크에 보조금·수도료 현실화… 호주, 물쓰듯한 물습관 바꿨다

<하> 물 소비 줄이는 수요관리 나서라

濠 절수형 샤워기 등 효율화제품에 예외없이 인센티브

수돗물값 2배 올려 소비량 25%↓… '강제 절수' 병행

한국 노후 상수도관 교체 위해서라도 요금 인상 필요

호주 캔버라시 외곽에 있는 랠프 오그덴씨의 자택과 농장에 빗물저장탱크가 설치돼 있다. 호주 주요 도시의 외곽지역에는 이처럼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빗물저장탱크가 보편화돼 있다. /캔버라=강동효기자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차량으로 30분여를 달리자 한적한 시골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랠프 오그덴 캔버라대 연구원은 자택에서 자료를 분석하는 업무 외에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집 옆 포도밭을 직접 가꾼 뒤 와인을 담그는 것이다. 그는 포도밭 경작지를 해마다 늘려가지만 수돗물 소비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빗물을 저장한 뒤 경작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의 집과 농장 곳곳에는 대형 빗물 탱크가 자리해 있다. 비가 올 때 물을 저장한 뒤 포도 농사와 화장실·세탁 등 생활용수로 주로 사용한다. 오그덴 연구원은 "이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빗물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어 식수 외에는 주로 빗물을 재활용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2000년대 들어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도시 외곽의 가정과 농장에서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하는 게 보편화됐다. 맬버른시의 경우 주민 3명당 1명꼴로 빗물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애들레이드시 역시 전체 주민의 45%가량이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해 물을 절약하고 있다.

호주에서 빗물 저장탱크가 확산된 이유는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 덕분이다. 가정에서 물탱크를 설치해 화장실 등 생활용수로 사용할 경우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500호주달러(42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호주 정부는 빗물저장탱크뿐 아니라 물 효율성을 높인 제품을 구매하면 예외 없이 보조금을 지급했다. 절수용 샤워기가 호주에서 각 가정에 널리 보급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소변용과 대변용 물내림을 분리한 '듀얼 플러시' 변기도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숙박 업소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그레그 잉글레튼 호주 상수도 업체 SA워터 매니저는 "일반 샤워기는 분당 15~25ℓ의 물을 사용하는 데 비해 절수형 샤워기로 교체하면 분당 6~7ℓ의 물을 소비하는 데 그친다"며 "호주는 물 효용성을 높이는 제품을 확산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주는 정책을 취했고 그 결과 절수형 샤워기, 듀얼 플러시 변기 등이 대다수 가정에 일반화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수자원 효율화 정책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지난 2011년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에 대해 빗물, 중수도, 하·폐수처리 등 재이용시설을 의무화하도록 정했다. 또 2014년에는 시행령을 개정해 학교·골프장·공동주택 등에 빗물이용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정하는 등 수자원 효율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하지만 법령과 시행령에 규정된 곳은 대규모 물 소비 시설이어서 수자원 효율화 정책이 시민들에게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의무 시행과 벌칙 조항에 기초를 두고 있어 소규모 기업체나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정책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호주처럼 수자원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강제 정책보다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물 효율화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호주는 빗물저장탱크·지하수이용시설 등 물 효율성을 높이는 업체와 가정에는 어김없이 비용 보존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스튜어트 화이트 시드니 공대 지속가능한미래연구소 교수는 "1960년대 시드니 시민들의 하루 물 소비량은 350ℓ가 채 되지 않았는데 1994년에는 500ℓ까지 증가했다"며 "정부에서 절수형 샤워기, 듀얼 플러시 변기, 빗물저장탱크 등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시민들의 물 소비 패턴이 절약형으로 바뀌었고 2006년에는 물 소비량이 다시 1960년대와 같은 350ℓ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화이트 교수는 또 "눈여겨봐야 할 점은 가뭄이 종료된 후 시민들의 물 소비 패턴"이라며 "2014년 가뭄이 해소된 후에도 시드니 시민들의 물 소비량은 증가하지 않고 가뭄을 겪던 당시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 물 소비 습관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 효율화를 위해서는 수도요금 현실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가뭄으로 주요 댐 저수량이 40%까지 감소한 2004년부터 강제 절수를 위해 수도요금을 수차례 인상했다. 애들레이드시 등 대다수 도시들이 2010년까지 수돗물 가격을 2배가량 인상했고 그 결과 가정의 수돗물 소비량은 25% 정도 감소했다. 존 링험 호주 상수도 업체 SA워터 대표는 "사람들의 물 사용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정책과 함께 수요 억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호주에서 수돗물 가격을 인상하자 농장에서 물을 많이 소비하고 가치가 낮은 작물 대신 물 소비가 적은 고소득 작물 위주로 재배계획을 변경하는 등 물 소비를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수돗물 가격이 생산원가의 84.8% 수준에 불과하다. 1㎥당 평균가격은 660.4원으로 생수(45만5,000원)와 비교하면 700분의1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도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 비해서도 낮다. 일본(1,277원), 미국(1,540원), 프랑스(2,521원), 독일(3,355원) 등은 우리나라의 2~3배 수준이다. 수도요금이 원가에 못 미치다 보니 예산 문제로 노후 상수도관 교체 등 투자도 쉽지 않다. 2013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한 수돗물 양은 모두 61억5,900만㎥인데 이 가운데 11%인 6억5,600만㎥가 사용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누수로 손실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누수율이 높은 이유는 상수도관이 오래됐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약 18만㎞의 상수도관 가운데 5만5,00㎞가량이 20년 이상된 노후 상수도관이다. 지난해 심각한 가뭄을 겪었던 충남 서부권 8개 지자체는 비용 문제로 수도관을 교체하지 않아 누수율이 30~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가뭄에서 기껏 물을 생산했는데 사용하지도 못한 채 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 요금 현실화를 통해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고 누수율을 낮춰 불필요한 물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국적으로 노후 상수도관이 상당히 많지만 재원이 없어 수도관 교체가 지연되고 누수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도요금을 현실화해 불필요한 물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물 공급 시설 관리 재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캔버라=강동효기자 kdhy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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