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정치’ 낙인 유승민, ‘친박 포위’에도 굳건 지지율
-‘유승민 키즈’들도 진박 맞서 선전 중…계파 정치에 대한 유권자 반발 심리, 당청갈등 속 인지도 향상도 한몫
‘대통령의 사람’임을 자처하는 ‘진박(眞朴·진실한 친박)’들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이 찍힌 유승민계(系) 의원들은 ‘진박 마케팅’을 앞세운 경쟁자의 공세에도 굳건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여권 주류의 ‘친박 벨트’ 구축이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내일신문이 지난 12일 시대정신연구소에 의뢰해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를 실시한 결과, 20대 총선의 여당 후보로 적합한 인물로 유 의원을 택한 응답자는 55.9%로 이재만 전 동구청장(36.5%)보다 19.4%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같은 기관에서 시행된 지난해 9월(9.8%포인트)조사에 비해 격차가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와 함께 대구 서구에서는 김상훈 의원이 윤두현 전 청와대 수석을 17.1%포인트 차(매일신문 6~7일 조사)로 앞서고 있다. 곽상도 전 청와대 수석이 뒤늦게 투입된 중남구에서도 현역인 김희국 의원이 경쟁자인 이인선 전 경북부지사와 동일한 15.5%의 지지율(영남일보 3~4일 조사)을 나타내고 있다.
김상훈·김희국 의원 등은 모두 유 의원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다. 이에 맞서 윤 전 수석은 박심(朴心)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중남구에는 곽상도 전 청와대 수석이 새로운 진박 인사로 투입된 상태다.
이처럼 여권 주류가 구상하는 친박 벨트의 핵심지인 TK에서 진박이 고전하는 이유로는 우선 계파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 심리가 꼽힌다.
박 대통령은 진박 공방과 관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정 계파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선을 긋지만, 유권자들은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지 못한 친(親)유승민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친박 재배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믿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신을 키워 준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지 못한 유 의원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과도한 계파 정치에 거부감을 느끼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 의원이 당청갈등과 부친상 등을 거치면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린 점도 ‘유승민 키즈’들이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진박들이 TK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하면 총선 이후 당내 무게중심이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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