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의원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 탄생의 '개국 공신'인 김 전 의원이 위기에 놓인 문 대표의 구원투수로 정착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박사께서 우리 당과 함께해주시기로 했다"며 "김 박사께선 학자로서, 정치인으로서 경제민주화를 평생의 지론으로 해오셨다. 오늘날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의 상징 같은 분"이라고 김 전 의원의 영입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활약하던 지난 1987년 개헌 당시 헌법 119조 2항인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드는 데 일조하면서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된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정치적 토양이 다른 야당에 발을 들여놓는 것에 대해 야권 내부에서도 온도 차가 존재한다.
현재까지는 김 전 의원의 영입이 야권 분열로 총선 패배 위기에 놓인 문 대표에게 약이 될 수 있다는 희망론이 우세하다. '안철수의 멘토' '박근혜의 교사'였던 김 전 의원이 선택한 마지막 종착역이 '문재인'이라는 프레임을 적극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며 "김종인 박사는 시대적 과제인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우리 당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하실 분"이라고 설명했다. 즉 야권의 총선 단골 화두인 '정권심판론'의 선봉에 적진에서 넘어온 김 전 의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김 전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나에게는 박근혜 정부 탄생에 원죄가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사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김 전 의원이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멘토였다는 점에서 안 의원이 확보한 중도 보수층을 끌어오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탈당이 우려됐던 박영선 의원이 친분이 두터운 김 전 의원의 영입으로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져 호남에서 북상한 탈당 기류를 수도권에서 잠재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정계에 입문한 대표적인 보수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3선을 했고 이후 노무현 탄핵 열풍으로 좌초된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한 후 비례대표로 당선돼 4선에 성공했다. 보수 인사 출신으로 야권에도 몸담았던 경력으로 인해 '권력을 좇는 사람'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에 대해 더민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의원이 정통 야당을 지향하는 우리 당의 이념과 다를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의원으로는 호남 민심을 잡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호남분을 모셔와 공동선대위원장 자리에 앉힐 것"이라고 답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천정배 국민회의 의원의 영입에 대해서도 "야권 대통합을 위해 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가 선대위 출범 후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천 의원과의 통합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박형윤기자 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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