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꿈을 키우는 데 한 평의 공간이면 충분했다. 제품 디자이너인 형과 호텔 조리를 전공한 요리사인 사촌 동생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사업은 푸드 트럭. '능력 있는데 하필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즉답은 '내 꿈을 찾아서'다. 사촌 형제인 김민순(32)·인순(29)씨는 서울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 한편에 자리 잡은 푸드 트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츄러스·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형 민순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추운 겨울 비수기인 탓에 하루하루 판매액이 걱정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푸드 트럭 사업을 꼭 성공시켜 다른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푸드 트럭 가게 이름도 '한 평의 꿈 스위트 츄러스'로 지었다. 지난해 여름 청년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도시공원 내 영업자 공모에서 형제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돼 합법적 영업권을 획득한 '공원 1호 푸드 트럭'이다.
민순씨는 "처음에는 공원에 놀러 온 인근 동네 주민들이 이곳에서 영업해도 되느냐고 물어 합법임을 일일이 설명해줬는데 지금은 방문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편"이라고 설명했다.
공대생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후 국내 대기업 디자인학교로 진로를 바꾼 후 지난 2011년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불리는 레드닷·IDEA·iF를 모두 거머쥐는 등 제품 디자이너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취업 후 직장생활에서 얻은 것은 매일 반복되는 야근과 스트레스뿐. 진정 창의적인 일을 해보자는 결심으로 2년 만에 직장을 뛰쳐나왔다. 동생 인순씨는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등에서 8년간 일했지만 근무 기간 내내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마침 청년 일자리를 위한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 때 동생과 손잡고 부친의 시골 농장 트럭을 개조해 창업에 뛰어들었지요. 사업자 등록은 할 수 없어 영업은 사실상 불법이었습니다. 주민의 신고로 하루에만 3번 단속에 걸려 쫓겨나기도 했어요."
공원 1호 영업권을 딴 후 2개월 동안 고생하며 푸드 트럭을 만들었다. 형은 디자인 전반과 브랜딩·마케팅을, 동생은 제조·판매를 전담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눴다. 츄러스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그동안 쌓아온 창업 노하우와 한겨울에도 푸드 트럭을 찾아주는 손님들은 생고생을 이겨내는 힘이다.
꿈은 푸드 트럭만으로 끝이 아니다. 사업 경험을 다른 청년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한 사회적기업을 세우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법인 등록 신청도 마쳤다. 민순씨는 "꿈만 앞서 푸드 트럭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허가부터 아이템 개발까지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밝혔다.
민순씨는 제품디자이너로 창업과 관련한 창의적 디자인 영역을 넓히고 인순씨도 새로운 메뉴로 원래 꿈꿨던 요리의 진수를 실현하고픈 욕심이 있다.
민순씨는 "사업가의 꿈을 펼치고 싶지만 자본금이 부족하다면 현실적으로 소규모 창업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마이크로 창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창업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는 "봄·여름이 일찍 찾아와 긴 줄로 늘어선 손님들을 하루라도 빨리 맞는 것이 새해 첫 번째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