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석 노래는 쓸쓸하고 슬프고 마침내 허무함이라는 정서로 귀결되기도 한다. 저자인 철학자 김광식은 에피쿠로스의 말을 빌어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는 철학은 아무 소용이 없고, 슬픔을 치유할 수 있는 것 역시 슬픔이라고 말한다.
'김광석과 철학하기'는 김광석의 슬픈 노래들과 서양철학으로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쓴 책이다. 책은 꿈결 속에서 꿈과 현실이 넘나들듯이 그리움 속에서 사랑과 사랑 아님이 넘나들고, 꿈결 속에서 모든 것이 영원하지 못하고 덧없이 사라지듯, 그리움 속에서 사랑마저 영원한 것이 되지 못하고 덧없이 사라진다며 노래 '거리에서'를 꿈과 현실의 넘나듦의 상태인 플라즈마와 연결짓는다. 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만큼 절절한 사랑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는 하이데거를, 사랑했지만 떠날 수 밖에 없는 슬픔 속에서 '의심'을 이야기하는 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린아이에게서 어른의 모습을 보는 슬픔 속에서 니체의 초인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를 남몰래 쓰는 슬픔 속에서 '혁명'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마르크스를 각각 만날 수 있다. 1만3,800원.
/연승기자 yeonvic@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