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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명문 축구단 FC포르투는 15일(한국시간) 공격수 석현준(25) 영입을 발표하며 3,000만유로(약 397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바이아웃은 소속팀 허락 없이 선수와 이적협상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사실상의 최소 이적료다. 계약만료일인 2020년 6월30일 전에 석현준을 데려가려는 팀은 포르투에 최소 3,000만유로는 내야 한다는 얘기다. 손흥민(토트넘)의 독일 레버쿠젠 시절 바이아웃은 2,250만유로였다.
포르투는 석현준을 구단이 지켜야 할 핵심선수로 평가한 셈이다. 이적료로 거액을 쥐어줄 선수로 판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포르투는 선수장사에 정통한 '거상'이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레알 마드리드), 라다멜 팔카오(첼시), 잭슨 마르티네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포르투를 거쳐 빅리그에 진출했다. 석현준도 포르투를 발판으로 빅리그에 입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포르투 입단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프리메라리가(정규리그) 통산 27회 우승을 자랑하는 포르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도 두 차례씩 우승했다. 올 시즌은 선두 스포르팅에 승점 4점 뒤진 리그 3위다. 석현준의 포르투 데뷔전은 25일 마리티무와의 리그 홈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월19일에는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이 예정돼 있어 박주호와의 맞대결도 기대된다.
석현준은 2010년 유럽 진출 후 6년간 7번이나 팀을 옮겨 다녔다. 유럽 진출 과정부터가 독특했다. 신갈고 3학년이던 2009년 네덜란드 아약스를 직접 찾아가 테스트를 신청했고 넉 달 만에 정식계약에 이르렀다. 아시아인 최초의 아약스 입단으로 관심을 끌었던 석현준은 그러나 자신을 뽑은 감독이 2010년 말 물러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이후 저니맨 생활이 시작됐다. 한 팀에서 1년을 버티기도 힘겨웠다. 2013년 유럽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갔을 때는 실망하는 팬들도 많았다. 석현준은 그러나 이후 포르투갈로 다시 건너가 나시오날을 거쳐 지난 시즌 비토리아 세투발에 입단했고 올 시즌 리그 16경기에서 9골(득점 공동 4위, 시즌 20경기 11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반전을 완성했다. 지난해 8월 5년 만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A매치 5경기에서 2골을 넣기도 했다. 최근 독일·잉글랜드 등 빅리그 몇몇 구단이 석현준 영입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석현준의 주가는 폭등했다.
191㎝ 장신인 석현준은 팬들 사이에서 '한국의 즐라탄'으로 불린다. 덩치와 플레이스타일이 정상급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 생제르맹)를 닮았다. 최전방뿐 아니라 섀도 스트라이커, 오른쪽 공격수로도 뛸 수 있는 석현준은 최근 프리킥 득점으로 전문 키커로서의 소질도 보였다. 석현준은 "포르투는 내가 꿈꿔왔던 클럽이다. 여기 있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팬과 코치진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포르투가 세계 최고의 클럽이 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골을 넣고 싶지만 이타적인 플레이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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