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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테러가 발생하면서 테러 공포가 중동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테러는 IS가 파리·샌버너디노 등 유럽과 미주에 이어 동남아까지 테러 공격망을 넓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이에 IS가 동남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공격할 전진기지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자생한 무장조직들이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방식으로 IS가 프랜차이즈 늘리듯이 세력을 확장하는데다 동남아에 IS가 이미 발을 들여놓았다는 징후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IS에 가입한 인도네시아인은 400명, 말레이시아인은 수십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달 초에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 있는 무장단체 4개가 필리핀 내 무슬림 자치지역인 바실란에 모여 IS 아래에서 통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의 테러전문가 로한 구나라트나는 최근 외교·안보매체 '더 디플로매트'에 "IS가 올해 아시아에서 최소 1곳 이상을 거점 지역 또는 '위성' 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나라트나는 필리핀 술라제도와 인도네시아가 가장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테러 이후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테러 세력 척결을 다짐하고 있으며 인접한 말레이시아도 테러 경보를 최상위 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고 IS 연계 테러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분리주의 이슬람 무장세력의 폭력이 빈번한 필리핀도 군과 경찰이 합동으로 테러 방지에 나섰다.
한편 인도네시아 현지 경찰은 이번 테러의 주모자로 인도네시아인 바룬 나임을 지목하면서 그가 IS를 추종하는 동남아 무장조직 '카티바 누산타라'의 지도자급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IS의 심장부 시리아 락까에 머물면서 테러에 필요한 자금을 보내는 등 이번 테러를 원격에서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7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 소도시 솔로에서 조용히 인터넷 카페를 운영했으나 2011년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돼 3년간 복역하면서 자바주 지역 극단주의 세력의 주요 인사로 떠올랐다. 1년 전께 시리아로 건너가 IS 최전선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파리 테러를 찬양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파리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 역시 벨기에 등 유럽 국적을 가진 IS 극단주의자들로 시리아나 이라크에 다녀온 '귀국 지하디스트'들이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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