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학이 제시하는 현실의 해법은 대부분의 경우에 명쾌하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오랫동안 그토록 회자되는 것은 명쾌함으로부터 나오는 설득력 때문일 것이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시장과 제도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경제학의 제언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학이 제시하는 현실 해법의 실현 가능성이 명쾌한 것은 아니다. 사회과학으로서 경제학을 수십 년 연구한 다음 얻는 소회는 만족감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학으로부터의 함의를 실천하는 것이 경제학의 몫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정치와 제도, 그리고 정부를 통해 실현되지 않는가.
경제가 잘못됐다고 할 때 문제는 대부분 경제를 담고 있는 그릇인 정치·제도·정부에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정치는 정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문제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토록 팍팍해지고 있는 기저에도 정치가 있다. 누구의 잘못이 큰가를 논하기 전에 이 나라의 정치 제도는 망국적인 측면이 있음을 누구나 안다.
많은 경우 나라에 유익한 것은 정치적인 입장과 별개로 유익한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정치에 있어서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사안이 유익하기도 하고 유해하기도 하다. 같은 정당이라도 여당인 경우에는 유익하고 야당인 경우에는 유해하다. 이 나라에서 정치의 광기는 국회선진화법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야당의 재편과정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경제전문가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야당이다. 더욱이 며칠 전 더민주당 김종인 위원장이 어느 인터뷰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구조조정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경제민주화에 비하면 그런 법들은 사소한 것이라는 취지였을 것으로 이해되나 한평생 경제학자로 사신 분의 발언치고는 경제인식이 너무나도 안이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평균증가율이 2.5%다. 연구기관들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이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3% 아래로 내려와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장기균형을 향해 수렴해가는 중이고 이는 성장률의 추세적인 하락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더욱 하락해 과거 수십 년 동안의 일본의 경험을 답습하느냐 아니면 2.5% 정도라도 유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성장하느냐의 기로에 있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적어도 2.5%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아니오'일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정부개입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는 재벌을 위시한 경제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기 때문에 이를 정치권력이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틀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권력은 시장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지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제어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경제 권력은 괴물이 돼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와 같은 우리의 경제발전단계에서 불필요한 정부 개입은 부패와 시장의 몰락, 그리고 성장률의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의미할 뿐이다. 재벌이, 경제 권력이 모두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과다한 정부의 개입을 증가시키는 것이 초래할 결과가 두렵다는 점을 피력하고 싶다.
정치가 생물이라고 하지만 한 나라의 민초들이 매일 매일 영위하는 경제는 그보다 더 생물이다. 틀어잡으려고 할 때 생물이 괴물이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 지금의 잠재성장률이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법안을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할 것을 절박한 심정으로 촉구한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
그렇다고 해서 경제학이 제시하는 현실 해법의 실현 가능성이 명쾌한 것은 아니다. 사회과학으로서 경제학을 수십 년 연구한 다음 얻는 소회는 만족감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학으로부터의 함의를 실천하는 것이 경제학의 몫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정치와 제도, 그리고 정부를 통해 실현되지 않는가.
경제가 잘못됐다고 할 때 문제는 대부분 경제를 담고 있는 그릇인 정치·제도·정부에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정치는 정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문제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토록 팍팍해지고 있는 기저에도 정치가 있다. 누구의 잘못이 큰가를 논하기 전에 이 나라의 정치 제도는 망국적인 측면이 있음을 누구나 안다.
많은 경우 나라에 유익한 것은 정치적인 입장과 별개로 유익한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정치에 있어서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사안이 유익하기도 하고 유해하기도 하다. 같은 정당이라도 여당인 경우에는 유익하고 야당인 경우에는 유해하다. 이 나라에서 정치의 광기는 국회선진화법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야당의 재편과정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경제전문가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야당이다. 더욱이 며칠 전 더민주당 김종인 위원장이 어느 인터뷰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구조조정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경제민주화에 비하면 그런 법들은 사소한 것이라는 취지였을 것으로 이해되나 한평생 경제학자로 사신 분의 발언치고는 경제인식이 너무나도 안이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평균증가율이 2.5%다. 연구기관들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이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3% 아래로 내려와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장기균형을 향해 수렴해가는 중이고 이는 성장률의 추세적인 하락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더욱 하락해 과거 수십 년 동안의 일본의 경험을 답습하느냐 아니면 2.5% 정도라도 유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성장하느냐의 기로에 있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적어도 2.5%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아니오'일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정부개입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는 재벌을 위시한 경제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기 때문에 이를 정치권력이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틀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권력은 시장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지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제어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경제 권력은 괴물이 돼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와 같은 우리의 경제발전단계에서 불필요한 정부 개입은 부패와 시장의 몰락, 그리고 성장률의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의미할 뿐이다. 재벌이, 경제 권력이 모두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과다한 정부의 개입을 증가시키는 것이 초래할 결과가 두렵다는 점을 피력하고 싶다.
정치가 생물이라고 하지만 한 나라의 민초들이 매일 매일 영위하는 경제는 그보다 더 생물이다. 틀어잡으려고 할 때 생물이 괴물이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 지금의 잠재성장률이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법안을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할 것을 절박한 심정으로 촉구한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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