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상 '쌍팔년도 추억·행복' 30대 이하엔 '신기한 장르' 매력
따뜻함 담긴 '국민 가족극' 사랑
케이블 사상최고 시청률로 광고료↑… 신원호, 나영석 잇는 스타PD 부상
1인 작가 아닌 '집단 창작' 성과도
케이블방송 역사상 최고 시청률 19.6%, 광고단가 지상파 턱밑 추격, '청정 드라마'로 국민 가족극 등극, 1988년과 현재 물가 비교 봇물, 네티즌 '추리게임'된 '여주인공 남편 찾기', 신원호의 스타 PD 부상. 지난 16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남긴 것들이다.
응팔은 잘 만들기만 한다면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 20%에 육박할 수 있다는 '콘텐츠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응팔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19.6%(닐슨코리아 기준)이었으며 순간 최고 시청률은 21.6%를 기록했다. 응팔은 1회 6%대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따뜻한 공동체 의식이 남아있는 동시에 경제적 풍요로움을 맛보기 시작한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행복했던 기억은 40대 이상에게는 향수로, 30대 이하 세대에게는 '산업화시대 사극'이라는 신기한 장르로 각각 매료시키며 케이블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국민 가족 드라마'가 됐다. 더욱이 한국 드라마의 흥행 공식인 출생의 비밀·복수 등 자극적 소재와 장치 없이 가족애가 넘치는 '청정 가족극'도 시청자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시청률 고공행진과 함께 광고 단가도 지상파를 추격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12월 응팔이 방송된 토요일 오후 8~10시 tvN의 광고단가는 15초당 1,035만원으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중 최고 광고단가로 알려진 MBC '무한도전'의 1,242만원을 바짝 추격했다.
부라보콘 등 '추억의 아이템'들이 화제가 되자 1988년 당시와 현재의 물가 비교가 잇따랐고 이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욱 배가했다. 극 중 덕선 아버지(성동일)가 두 딸 몰래 막내아들에게만 사주던 월드콘과 부라보콘은 각각 200원과 300원이었으나 현재는 1,200~1,500원 수준이다. 30여년 사이 5배가 오른 것. 이외에도 담배 가격 600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채 5,000만 원 등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또 이는 단순한 물가상승 확인을 넘어 한국 경제의 성장과 국민소득 증대라는 의미까지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비싸서 사 먹을 수 없었지만 이제 아이스크림은 사치품이 아닌 식후 디저트 정도의 의미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 등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여주인공(혜리) 남편 찾기 추리 게임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어남류·어남택일 수 밖에 없는 근거들이 그럴듯하게 제시되며 논쟁이 가열되기도 했다.
'응답하라 1997(응칠)', '응답하라 1994(응사)'에 이어 응팔까지 '응답 시리즈'를 연이어 히트시킨 신원호 PD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1인 작가 시스템에서 벗어나 예능적 집단 창작 방식을 드라마에 적용해 응답 시리즈와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드라마를 창조해 낸 그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연승기자 yeonvic@sed.co.kr
사진제공=CJ E&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