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은퇴 이후 포스트 김연아를 애타게 찾던 한국 빙상계에 새해 벽두부터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 10일 열린 '제70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만 11세의 '초등학생 스케이터' 유영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유영은 김연아 선수가 2003년 이 대회에서 작성한 역대 최연소 우승기록을 갈아치우며 그녀의 뒤를 이을 피겨 영재로 떠올랐다. 유영은 2010년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피겨 선수의 꿈을 키운 전형적인 '김연아 키드'다. 김연아 선수가 위대한 이유는 유영의 경우에서 보듯 피겨 전용 연습장 하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수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며 한국 빙상계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등불 역할을 멋지게 해냈기 때문이다.
천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리고 산업의 지형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이 이런 천재의 전형들이다. 이른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이미 존재하는 게임판에서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조금 더 게임을 잘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추종자(follower)가 아닌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게임의 룰을 바꾸는 창조자(creator)로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기업과 조직원이 함께 성장해나가는 보다 더 위대한 목표를 지향한다.
록의 천재라고 불렸던 영국의 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며칠 전 세상을 떠났는데 이후 전 세계 음악팬들의 애도와 추모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보위는 짙은 화장과 화려한 의상으로 대표되는 '글램 록'이라는 장르를 창시한 시대를 앞서가는 뮤지션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중 하나다. 숨을 거두기 직전인 8일에도 새 앨범을 냈을 만큼 음악은 그의 삶 자체였으며 삶이 끝날 때까지 실험과 도전 정신을 놓지 않았다.
문화예술 분야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천재들은 열정이라는 재료를 태워 만들어진다. 우리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의 문화융성시대를 이끌어갈 천재들이 많이 등장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게임의 룰을 바꿔나갔으면 좋겠다.
오는 3월부터 문화콘텐츠 분야 융복합인재 양성을 위한 '문화창조아카데미'가 본격 가동된다.
나는 이곳이 미친 열정을 가진 콘텐츠 인재들을 천재로 만드는 콘텐츠 분야의 전용 빙상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여기서 김연아와 스티브 잡스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분야의 게임 체인저들이 탄생하는 것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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