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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혼돈의 야권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박근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원장이 됐다. 노장 정치인이 정국 한가운데에 선 것도 눈에 띈다. 1939년생인 윤 전 장관, 1940년생인 김종인 위원장과 함께 1930년생인 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국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탈당을 선언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친정'도 '나이'도 잊은 인사들의 등장으로 야권 지지자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대어'로 평가되던 김 선대위원장이 문 대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일단 야권 경쟁의 주도권은 더민주가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남은 총선까지는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보다 더 다이내믹할 것"이라는 안철수 의원의 말처럼 '시계(視界)제로'인 야권의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의 인재영입 릴레이를 지켜만 봤던 국민의당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정운찬 전 총리와 박영선 의원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정 전 총리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현실 정치로 발을 들여놓을지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았다"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 의원 측 관계자 역시 "박 의원이 아직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며 "적어도 1월 안에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측 관계자는 "두 분이 오실 확률은 51%"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박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할 명분이 줄어들었다는 게 변수다. 더민주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 전 의원은 "친노패권주의를 지적하던 박 의원에게 내가 왔고 문 대표가 물러난다고 했으니 더 이상 당을 나갈 명분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정 전 총리와 박 의원 외에 영입할 거물급 인사가 없다는 것도 국민의당에는 부담이다.
국민의당 측 관계자는 "더민주와 비교해서 인재영입을 담당하는 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당분간 2월로 예정된 창당대회를 준비하며 더민주의 실기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통화에서 "더민주의 인재영입 쇼는 이제 국민들에게 식상함을 주고 있다"며 "언젠간 더민주가 탈이 날 것이다. 국민의당은 공정한 공천룰을 준비하고 차분하게 국민께 다가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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