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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혼돈의 야권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박근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원장이 됐다. 노장 정치인이 정국 한가운데에 선 것도 눈에 띈다. 1939년생인 윤 전 장관, 1940년생인 김종인 위원장과 함께 1930년생인 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국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탈당을 선언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친정'도 '나이'도 잊은 인사들의 등장으로 야권 지지자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대어'로 평가되던 김 선대위원장이 문 대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일단 야권 경쟁의 주도권은 더민주가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남은 총선까지는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보다 더 다이내믹할 것"이라는 안철수 의원의 말처럼 '시계(視界)제로'인 야권의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가 김 전 의원을 영입하고 마지막 과제인 호남 민심 회복을 위해 천정배(사진) 국민회의 의원과의 통합을 제안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셈이다. 하지만 천 의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지율이 1%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와 통합을 하자니 모양새가 나지 않고 국민의당과 함께 하자니 노선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그간 "호남 민심은 현역 의원을 물갈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더민주 탈당파를 온전히 흡수한 안 의원을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천 의원이 더민주와의 통합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국민회의 측 관계자는 "그래도 여전히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이 계속해서 더민주 탈당파를 받아들이고 그대로 공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천 의원이 "혼자 살아남아 총선 이후에 통합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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