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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녹아버린 듯 인물은 자연에 스며들었다. 윤곽 없이 그려진 인물은 표정도 알 길 없지만 고유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림 전반을 뒤덮고 있는 붓 터치는 햇살이 쏟아지던 순간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하다. 찰나를 포착하던 인상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순간에 영원성을 더했다는 점에서 주르주 쇠라는 '신인상주의'의 첫 작가가 됐다.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은 볕 좋은 공원에서 양산을 쓴 여인과 신사들이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1884~1886년)'로 일일이 점을 찍어 그린 점묘화로 유명하다. 앞서 제작된 이 작은 그림이 있었기에 그 같은 대작이 탄생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랑드자트 섬에서도 이 바르비종의 '옆모습 인물' 같은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색을 섞지 않고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쇠라의 작업 원리는 이후 빈센트 반 고흐나 파블로 피카소 등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시대를 앞선 탓에 당대의 평가는 냉랭했다. 쇠라는 32세로 요절하던 순간에도 이 소중한 그림을 간직하고 있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전은 오는 4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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