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개정, 결국 정의화 의장 손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은 조만간 본회의에 부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87조에는 의원 30인 이상이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라는 요구를 할 경우 국회의장은 해당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지난 18일 부결된 개정안의 부의를 새누리당이 주장한 이상 부의는 시간문제다. 스스로 개정안을 부결시키고 이를 다시 본회의에 부치는 기습작전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을 놓고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다.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위한 표결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정 의장이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의된 개정안이 상정된 뒤 표결에서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내야 개정안을 둘러싼 대결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난다.

정 의장은 이와 관련해 난색을 드러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국회선진화) 법을 고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여야 간 합의를 중시하는 의회주의는 정 의장의 오랜 신념이다. 여야 합의가 아니라 편법으로 부의된 개정안을 상정시키는 것은 그의 평소 소신과 배치된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개정안의 상정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까지 했는데 (정 의장이 상정하지 않으면) 국회선진화법(개정)을 몸으로 막은 의장이 된다"며 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 의장이 평소 국회선진화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는 사실 역시 새누리당이 자신감을 갖게 한다. 새누리당은 의원 100명의 서명을 받아내 정 의장을 향한 압박을 이어가기로 했다. /전경석기자 kada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