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빠진 국제원유시장에 이란까지 가세하면서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또 미국에서는 ℓ당 150원까지 하락한 가격에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가 등장하는 등 저유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정유회사 플린트힐스리소시스는 노스다코타중질유 구매가격을 배럴당 -0.5달러로 책정했다. 원유생산 업자가 이 제품을 팔 경우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정제업체에 0.5달러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7.60달러였던 노스다코타중질유 가격은 저유가가 본격화한 지난해 초 13.5달러까지 떨어진 데 이어 이날 이란산 원유가 풀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미국에서 원유를 실어나를 송유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스다코타중질유는 유황함량이 높은 저품질 제품으로 생산가격은 싸지만 이와 별개로 이송비용이 든다. 또 이 제품은 유황 제거설비를 갖춘 특정 플랜트에서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정제비용도 비싼 편이다.
원유를 팔아도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야 한다는 소식에 에너지 시장 관계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미국 에너지컨설팅 전문회사 터너메이슨의 존 아워스 부사장은 "노스다코타산중질유는 미국 원유 생산량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지만 이번 마이너스 가격 공시는 시장에 충격을 줬다"며 "이 가격에 생산을 지속할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국제원유 가격 급락에 미국에서는 휘발유를 ℓ당 단돈 150원에 파는 주유소도 깜짝 등장했다. 18일 abc뉴스에 따르면 미시간주 호턴레이크에 있는 한 주유소는 일반휘발유를 갤런(3.78ℓ)당 47센트에 판매했다. 이는 ℓ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12.4센트, 한국 돈으로 150원에 불과하다. 휘발유 가격 정보제공 업체인 가스버디닷컴은 "휘발유 가격이 이렇게 하락한 것은 우리가 정보를 축적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라며 "업체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비회원국의 산유량이 감소해 국제원유 가격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간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비회원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66만배럴 줄어들 것"이라며 "올해 말 국제유가는 회복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오만은 OPEC 비회원국 중 처음으로 산유량 감산에 나설 뜻을 밝혔다. 무함마드 빈 하마드 오만 석유장관은 이날 아부다비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다른 국가들에 공조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전체 원유 생산량의 5~10%를 감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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