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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신고식요? 그 생각만 하면 너무 힘들어요. 가서 열심히 고민해야죠."
한국프로야구 연습생 출신으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외야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그는 입단 신고식을 치를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며 장난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
한국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초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거 김현수를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체육센터에서 만났다. 김현수는 라켓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24일 볼티모어와 2년 700만달러(약 84억원)에 계약한 후 귀국한 그는 개인훈련을 하며 출국 전까지 주위에 인사를 다니고 있다.
김현수는 야구밖에 모르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두산에 입단한 후 하루 500개의 연습배팅과 1,000개의 스윙을 거르지 않은 사실은 유명하다. 10년차였던 지난 시즌에도 타격감이 좀 떨어졌다 싶으면 경기 전 2시간 특타를 자청했다. 김현수는 "1,000번 넘게 스윙하는 훈련은 입단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계속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현수는 쉴 때도 야구를 놓지 않는다. 짬이 날 때마다 메이저리그 영상을 챙겨본다.
직업도 야구, 취미도 야구인 김현수가 '라켓볼 마니아'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현수는 "주위의 권유로 지난 2014년 말부터 치고 있다. 비시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코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야구뿐 아니라 모든 운동이 순발력과 순간적인 힘을 필요로 하잖아요. 순발력을 기르는 데 라켓볼만 한 게 없습니다. 진짜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고요." 김현수는 "개인 라켓을 미국에 꼭 챙겨가서 시간 나는 대로 코트를 찾겠다"고 했다. 빠른 현지적응에 있어 확실한 취미를 갖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김현수는 우투좌타다. 하지만 라켓은 오른손으로 쥔다. "몸의 왼쪽은 야구를 위해서만 쓴다. 다른 일을 할 때는 무조건 아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시즌 길이는 짧아지고 무게는 늘린 33.5인치, 900g 방망이로 데뷔 최다인 28홈런을 친 김현수는 같은 배트로 미국 도전에 나선다. 타격폼에 대해서는 "캠프에서 변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가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좀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뭐냐'는 물음에 김현수는 "음식은 어떤 것이든 다 잘 먹을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부상이 적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볼티모어가 찍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구성이다. 김현수는 "한국에서는 잔부상조차도 거의 없었다. 외야 수비 때 펜스 플레이를 하다 조금씩 다친 게 전부"라며 "어릴 때도 아팠던 기억이 거의 없다"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야구선수가 아니었다면 막노동이나 어떤 일이든 하며 잘살고 있을 것"이라는 그는 "지난 10년보다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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