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거세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포감에 휩싸였다. 국제유가 급락과 그에 따른 중동 '오일머니'의 아시아 이탈 움직임 속에 가뜩이나 위축된 금융시장이 연일 쏟아지는 위기론에 꽁꽁 얼어붙었다. 20일 홍콩증시와 일본 도쿄증시에서 촉발한 아시아 증시의 패닉 현상 역시 12년 만에 배럴당 28달러선이 붕괴된 국제유가와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투자자들의 위기의식을 증폭시켰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RBC캐피털마케츠의 톰 포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 투자자들의 심리가 지난 1987년 중반 이래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장의 분위기는 "부정적 경향이 만연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을 정도"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25년 만에 6%대로 주저앉은 것이 확인되는 등 주요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침체가 현실화하거나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투자심리가 연일 악화하는 것은 저유가와 중국 위기에 대한 '포비아'가 증시를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로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포비아의 진앙지가 된 홍콩 증시는 국제유가와 홍콩달러의 약세에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증폭되면서 대대적인 투매의 현장이 됐다. 연일 계속되는 홍콩달러 약세로 자금유출 우려가 고조돼온 가운데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12년 만에 배럴당 28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오일머니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 폭락을 초래한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윌 렁 동북아전략담당 대표는 이날 홍콩증시에서 벌어진 투매 현상은 투자심리 때문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홍콩달러는 2007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근접하면서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홍콩 소재 코어퍼시픽야마이치의 캐스터 팽 연구부문장은 "홍콩달러의 약세가 자금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홍콩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크레디트스위스증권 PB본부의 마쓰모토 소이치로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새해 들어 도쿄증시의 폭락세에 대해 "초점은 원유 시황과 중국 경제에 영향을 받은 투자심리"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일 지속되는 금융시장의 하락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험의 전조라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시장의 공포감을 단기적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치부하기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여느 때보다 큰 급등락은 앞으로도 큰 급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위험의 전조"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세계 경제가 지속적인 회복과 2008년 금융위기에서 파생된 3차 위기의 경계선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위험자산에서 투자자들이 앞다퉈 발을 빼는 지금의 시장 상황이 신흥국발 부채위기와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신흥국 자금유출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민간 부문의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상보다 빠른 중국의 경기 둔화는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며 "세계 글로벌 리스크 회피 현상은 추가적인 원자재 가격 하락과 스프레드 확대, 통화가치 하락을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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