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0일 업무보고에서 채용·훈련·평가·보상·퇴직에 이르는 전 과정에 있어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인사관리가 전환될 수 있도록 '공정인사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이 대타협 파기 선언을 했음에도 직접 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반해고·취업규칙 등 2대 지침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맹목적인 반대와 지연전을 고집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을 아예 배제한 채 노동개혁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기권 장관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 2대 지침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일진전기를 방문했고, 고영선 차관은 대전청에서 주요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이번주 중 집중적으로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해고는 저성과자 해고를 뜻하며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이다. 연구용역과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가 마련한 초안에 따르면 객관적인 평가를 받은 근로자가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경우 교육훈련·배치전환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 여지가 없으면 일반해고(통상해고)가 가능하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사용자가 상당한 수준의 협의 노력을 했음에도 교섭 자체에 무조건 응하지 않거나 합리적 대안 제시 없이 반대할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는 게 정부가 마련한 2대 지침 초안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60세 정년이 시행된데다 연간 1만3,000여건의 부당해고 분쟁이 일어나는 상황이어서 법과 판례에 따라 기준과 절차를 제시해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몇 차례의 전문가 간담회(토론회·공청회) 등을 마련해 초안을 보완해 다음달에는 최종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조직·미조직 부문의 의견을 지역·산업별로 충실히 수렴해 이를 토대로 2대 지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선언과 관련해 노동계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합원 1만5,000명 규모의 전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정책 의견 제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내부적으로도 온건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2대 지침에 대해 단 한 번도 만나서 이야기해보지 않고 대타협을 파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기존 프레임에만 갇혀있지 말고 지킬 것은 지키되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부 업무보고는 파견법이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는데다 기간제법에 대해서는 중장기 과제로 돌린 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비정규직 정책목표와 성과지표를 개발하고 상시 관리하는 '비정규직 목표관리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2%)보다 2배 가까이 높은 비정규직 비율(22%)을 어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지 목표를 설정해 총량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용역을 발주하고 기초연구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정규직 고용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이달 중 공공부문에 대한 정규직 추가 전환 계획을 발표한다. 비정규직 규모를 늘리지 않도록 상시·지속 업무는 비정규직 채용 제한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성과가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더불어 정규직 전환지원금 대상을 기간제·파견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파견근로자와 관련해 뿌리산업에 상용형 파견 도입과 함께 파견업 표준계약서도 마련한다.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간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조치다. 기간제법의 경우 쪼개기 계약 근절과 같은 후속 고용안정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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