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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로봇수술을 시작합니다."
지난 15일 고려대안암병원의 한 수술실. 40대 자궁내막암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송재윤 산부인과 교수는 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원격조종하기 위한 콘솔(조종석)에 앉으며 수술을 보조하기 위해 환자 곁에 앉아 있는 간호사 한 명과 전공의 두 명에게 수술 시작을 알렸다.
송 교수가 콘솔에 있는 모니터를 보며 조종 핸들 양쪽에 달려 있는 두 개의 링 안에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끼고 부드럽게 핸들을 움직이자 환자의 몸안에 삽입돼 있던 로봇팔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콘솔은 자동차의 운전석을 연상하게 한다. 송 교수는 수술장면을 10배 크기의 고화질로 제공하는 모니터를 보며 4개의 로봇팔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며 빠르게 암 부위를 제거하고 난소와 자궁절개를 해나갔다. 발로는 왼쪽에 위치한 1개의 페달과 오른쪽에 위치한 2개의 페달을 번갈아 밟았다.
송 교수가 왼쪽 페달을 밟고 조종 핸들을 앞으로 당기자 수술부위가 크게 확대됐고 오른쪽 페달 중 하나를 밟자 로봇팔에서 전류가 흘러 수술부위의 혈액을 멈추는 지혈작업이 이뤄졌다. 또다른 페달을 밟자 수술부위를 자르기 위한 가위질이 시작됐다.
수술실은 로봇팔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기계음 외에는 어떤 소음도 없었다.
20여분 후 송 교수는 "1번 로봇팔의 장착기구를 바꿔달라"고 주문했고 간호사는 신속하게 기존의 로봇팔에 장착된 기구를 제거하고 석션(이물질을 빨아들이는 흡입기구)을 장착해 수술부위를 소독하고 이물질을 제거했다.
1시간여의 수술을 마친 송 교수의 얼굴에서는 피곤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송 교수는 "로봇수술은 일반 복강경 수술에 비해 의료진이 실제 느끼는 피로도가 훨씬 적다"며 "로봇수술이 대중화되면 눈·목·손의 피로도가 훨씬 줄어 외과의사들의 직업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어려운 부위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혈관 및 신경손상 등의 부작용이 적다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아울러 수술작업을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송 교수는 "의사들이 배우는 속도(러닝커브)가 복강경 수술보다 로봇수술이 훨씬 빠르다"며 "예를 들면 로봇수술을 10번 정도 시행했을 경우 복강경 수술을 100번 정도 했을 때의 익숙함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송대웅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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