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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바꾸는 디벨로퍼] <9> 류영찬 서울디앤씨 대표

"저평가 땅 발굴·개발이 디벨로퍼 역할… 수없이 현장 방문하죠"

부천 주상복합·역삼동 오피스 사업, 남들이 보지 못한 토지 가치 파악

저렴하게 매입해 자체 시행 추진

20년간 쌓은 부실채권 업무 경험… 개발 과정 이해하는 좋은 밑거름

[도시를 바꾸는 디벨로퍼] 서울디앤씨 류영찬 대표1
[도시를 바꾸는 디벨로퍼] 서울디앤씨 류영찬 대표10


류영찬(사진) 서울디앤씨 대표는 지금도 울산 북구 매곡동의 W건설사 아파트 프로젝트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36층 규모로 2,686가구의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가 9,0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 2008년 말 분양을 끝냈지만 다음 해 3월 W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당시 류 대표의 전문 분야는 NPL(부동산 부실채권) PM(자산관리·Project Management)이었다. 그가 현장에 투입 됐을 때는 W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됐다. 수 많은 분양계약자와 하청 업체들의 민원이 빗발치는 상태였다. 그는 "공사 진행을 위해 분양 계약자들을 설득하고, 아울러 200개가 넘는 하청 업체들도 설득했다"며 "대출을 해준 은행에도 기간을 여유 있게 늘리자는 제안을 하면서 준공까지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노력 덕에 아파트는 2010년 10월 완공됐다.

도심내 좋은 사업장 계속 발굴

그는 서울디앤씨를 운영하면서 약 20년 동안 수많은 부실채권(NPL) 사업장을 맡아 성공의 기쁨과 실패의 교훈을 경험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NPL 현장의 시행대행부터 시공, 분양대행까지 개발사업의 전 과정을 도맡아서 진행했다.

그가 담당한 대표적인 NPL 사업장 가구 수만해도 무려 4,700여 가구에 이른다. 울산 북구 매곡동 W건설 아파트 현장도 그 중 하나다. 류 대표가 부동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첫 직장인 농어촌진흥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 때부터다. 이 곳에서 그는 사업자들이 제안하는 부지의 가치를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대해 익히게 됐다.

그가 회사를 나와 서울디앤씨를 설립한 때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초기에는 부실화된 부동산과 가치가 저평가된 부동산을 매입·개발해 되파는 일을 진행했다.

이후 사업 범위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NPL PM업무로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류 대표는 "(NPL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발의 모든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등 현재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내 좋은 사업장을 많이 발굴해 자체 시행 사업을 계속 만들 예정"이라며 "선수급 디벨로퍼가 사업가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격 오른 땅 사서 개발은 무의미

NPL PM 업무수행 등 여느 디벨로퍼와 다른 이력을 가진 그는 디벨로퍼 정의를 묻자 한마디로 "토지의 가치를 상승 시켜 주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초 부지의 가치를 먼저 알아볼 수 있어야지 이미 너무 상승해버린 토지를 사서 개발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저 평가된 토지를 찾아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이를 위해 지금도 수많은 현장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낸다.

이런 노력을 거쳐 자체 시행으로 선택한 프로젝트가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 '소사역 주상복합사업'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 사업 두 곳이다. 소사역 주상복합 사업은 소사~원시 복선전철 소사정거장 인근에 지하 6층~지상 41층 규모로 아파트 299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그동안 이 부지는 소사정거장 남측 출입구를 지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KT 소유였기 때문에 출입구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류 대표는 땅이 갖은 가치를 미리 판단하고 KT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뒤, 지난해 말 부천시와 남측 출입구 설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디앤씨는 일반적인 역세권 땅값보다 저렴하게 구입 했으며, 출입구 설치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도 얻는 성과를 거뒀다.

역삼동 테헤란로에 짓는 오피스 역시 토지의 개발가치를 먼저 알아본 사례다. 역삼동 오피스는 연면적 1만 9,547㎡에 지하 6층~지상 15층 근린생활시설과 오피스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부지는 테헤란로의 한 블록 뒤편에 위치하고 있는 땅. 알짜 땅으로 꼽히는 도로 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류 대표는 "테헤란로에 있는 빌딩에 차가 들어가려면 뒤쪽 골목으로 돌아들어 가야 하지만 이 부지는 오히려 테헤란로에서 곧바로 진입 할 수 있어 실질적인 접근성이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땅의 가치를 미리 파악한 셈이다.







"도심개발 최대 리스크는 시간… 행정절차 단순화 필요"

사업 속도, 비용과 바로 연계

지자체 태도 따라 성패 갈려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이 점차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류영찬 서울디앤씨 대표는 오히려 도심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류 대표는 "도시재생이나 재건축·재개발이 아니더라도 도심에도 개발할 수 있는 토지가 아직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꼽는 도심개발 사업의 매력은 사업기간이다. 그는 "개발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시간"이라며 "도심권에서 개발을 진행할 경우 토지 확보가 쉽지 않지만 성과가 나타나는 속도는 지방 사업장에 비해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디앤씨는 현재 수도권 내 도심 개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지방자치단체의 복잡한 규제와 까다로운 행정절차 등이 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지자체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울디앤씨는 수도권의 A 부지를 계약한 이후 인·허가가 까다로워 결국 해약을 당한 경우도 있다. 반면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 일대의 '소사역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의 경우 부천시의 적극적인 태도 덕에 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류 대표는 "물론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지만 지자체 등 행정기관의 사업 심의와 외부 용역, 자문단 등 정해진 절차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며 "사업 속도는 비용과 곧바로 연계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은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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