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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와 신문에서 음식 및 요리 프로그램이 빠짐없이 나온다. 셰프라는 직업은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7,000달러 시대에 이제 음식은 취향이며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와 더불어 차츰 약으로 인식돼가는 추세다.
입맛의 경제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다. 예로부터 음식은 단지 먹을거리가 아니었다. 음식은 사람을 만나는 가교이며 기분을 달래는 향이며 건강을 지키는 힐링 식품으로 계속 진화하는 창조의 세계다. 식문화는 무한한 창조경제의 플랫폼이다. 음식은 대개 오미(五味)가 서로 조미되면서 독특한 맛을 낸다. 최초의 과일, 사과는 단맛으로 인류의 기원과 함께 상업화됐으며 매운맛은 중독성을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최근에 경제적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맛의 경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제는 신맛이 기회다. 입맛이 없을 때 길게 찢은 묵은 김치를 쌀밥에 올려놓은 모습만 상상해도 입안 가득 군침이 돈다. 침은 입안의 각종 세균을 죽이며 소화액을 분비한다. 그래서 식사는 천천히 꼭꼭 씹어 하라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5,000여년 전부터 과일과 곡류를 발효시켜 식초로 활용해왔다. 쌀·보리·현미 등 곡류로 만든 곡물 식초는 유기산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물론 신맛을 이용한 음료와 식품이 개발 출시됐지만 일본만큼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저염식 운동이 일고 있는 요즘 신맛을 활용한 음료와 식품 저장, 그리고 조미방법 개발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건강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힐링 식품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우선은 약을 먹어야 할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불가피하게 약을 복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염려는 부작용이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대체 약품으로는 음식이 최고다. 한의학에서는 신맛이 폐를 보양하는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맛에 관한 경제는 무한의 세계이다. 밥과 김치 없이는 못 사는 우리 세대와 피자와 빵으로도 살아가는 세대가 공존하는 현실을 보면 입맛은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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